엔비디아($NVDA)가 미디어텍(MediaTek) 전환사채 35억 달러(약 4조8000억원)를 인수하며 AI 인프라 협력 범위를 데이터센터, 로컬 AI 컴퓨팅, 자동차 분야로 넓혔다. 칩 판매를 넘어 자금조달과 인프라 구축까지 엮는 엔비디아식 생태계 확장이 다시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는 8월 31일 미디어텍이 엔비디아 NVLink Fusion 플랫폼을 채택한다고 밝혔다. NVLink Fusion은 고객사가 자체 AI 칩을 엔비디아 랙 규모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이번 투자는 단일 지분 거래보다 넓은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엔비디아는 8월 10일 아폴로, 블랙록, 블랙스톤, 브룩필드, 골드만삭스, KKR과 함께 5000억 달러(약 684조원) 이상의 제3자 자본을 동원하는 AI 컴퓨트 인프라 파이낸싱 플랫폼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본지는 앞서 5000억 달러 AI 금융 구조가 장부 밖 부채 논쟁을 키웠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판매를 넘어 데이터센터, 컴퓨트 임대, 금융기관 자본을 연결하는 방식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미디어텍 거래와 같은 맥락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엔비디아 10-Q 공시도 같은 방향을 보인다. 엔비디아는 2026년 7월 26일 기준 지분투자 990억 달러(약 135조4000억원), 지분투자 약정 250억 달러(약 34조2000억원)를 공시했다.
같은 공시에는 SB에너지 오하이오 PORTS 테크놀로지 캠퍼스와 관련한 최대 1050억 달러(약 143조6000억원) 보증도 담겼다. 이 보증은 오픈AI(OpenAI) 고객용 약 4.25GW IT 부하 임대와 관련된 신용 보강이다.
공시는 보증이 9개 데이터센터의 단계별 가동에 맞춰 늘고, 오픈AI의 임차료 지급에 따라 노출액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부지 전체 비용이나 모든 임차 의무를 엔비디아가 떠안는 구조는 아니다.
엔비디아는 5월에도 AI 인프라 공급망을 넓혔다. 코닝(Corning)과는 광연결 생산능력을 10배 확대하고 신규 제조시설 3곳, 3000명 이상 신규 고용을 추진하는 장기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다만 코닝의 SEC 8-K 공시는 엔비디아가 워런트 패키지에 지급한 금액을 5억 달러(약 6840억원)로 적었다. 일부 보도에서 언급된 32억 달러(약 4조4000억원) 투자액은 이 공시와 맞지 않는다.
IREN과의 협력도 같은 축이다. 엔비디아와 IREN은 5월 7일 최대 5GW 규모 AI 인프라 배치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고, IREN은 엔비디아에 5년간 보통주 최대 3000만 주를 주당 70달러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이에 따른 투자 가능 금액은 최대 21억 달러(약 2조9000억원)다. 데이터센터 용량 확보와 지분 성격의 금융 조건이 함께 붙는 구조라는 점에서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확장 방식과 맞물린다.
논점은 엔비디아가 공급자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엔비디아는 GPU와 네트워킹 기술을 팔고, 파트너의 자금조달과 데이터센터 구축에도 관여한다.
통상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칩, 광통신, 전력, 부지, 임대 계약, 금융 조달이 동시에 맞물려야 진행된다. 엔비디아의 최근 행보는 이 요소들을 자사 아키텍처와 연결해 인프라 확장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이번 미디어텍 투자가 엔비디아 제품 수요를 키우는 기업에 엔비디아가 자금을 대는 구조라는 점에서 '순환형 자금조달' 논란을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서로 각자의 사업을 한다"고 말하며 순환 구조라는 해석을 부인했다.
조 티게이(Joe Tigay) 래셔널 에쿼티 아머 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에 "엔비디아가 미디어텍에 자금을 대 미디어텍이 엔비디아 아키텍처를 확장하는 제품을 개발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을 직접 지원하는 구조보다는 덜 직접적이지만, 엔비디아가 대차대조표를 활용해 생태계 확장을 가속하는 방식이라고 봤다.
한국 독자에게는 AI 인프라가 반도체 수요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엔비디아의 움직임은 데이터센터 전력, 광케이블, 메모리, 서버, 금융기관 자본까지 이어지며, 국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이 이 구조와 어떻게 연결될지는 개별 계약과 공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