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 직접투자가 8월 말 기준 2조8300억원으로 늘며 올해 목표액 3조원의 94%를 채웠다. 자금 투입이 속도를 낸 만큼 앞으로는 투자금 회수 방식이 정책금융과 자본시장의 쟁점으로 넘어가게 됐다.
연합인포맥스는 1일 투자은행(IB)업계를 인용해 리벨리온, 업스테이지, 퓨리오사AI, 리가켐바이오, 원익로보틱스 등 5개 기업에 승인된 국민성장펀드 직접투자가 8월 말 기준 2조8300억원이라고 보도했다. 연간 목표치 3조원에 거의 근접한 규모다.
직접투자 대상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로봇 분야에 집중됐다. 대규모 선행투자가 필요하지만 당장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내기 어려운 기업에 정부와 민간이 함께 지분성 자금을 넣는 구조다.
국민성장펀드는 대출이나 간접투자와 달리 성장성이 높은 첨단기업 지분을 직접 인수해 장기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도 운용한다. 정부가 강조해 온 장기 인내자본이 실제 집행 단계에 들어간 사례로 볼 수 있다.
다만 직접투자는 만기 도래만으로 원금이 자동 회수되는 대출과 다르다. 기업공개(IPO), 제3자 지분 매각, 전환증권의 보통주 전환 뒤 시장 매각 같은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첫 직접투자 대상은 AI 반도체 팹리스 리벨리온이었다. 지난 3월 총 6000억원 규모 증자가 승인됐고, 이 가운데 첨단전략산업기금은 2500억원을 전환상환우선주(RCPS) 방식으로 투자했다.
RCPS는 일정 조건에서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환권과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전환권을 함께 가진 우선주다. 정책자금 입장에서는 기업 성장에 따른 지분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회수 시점과 가격은 시장 여건에 좌우된다.
업스테이지에는 4월 5600억원대 직접 지분투자가 승인됐고 첨단기금 몫은 1000억원이었다. 퓨리오사AI에는 약 8000억원 투자가 추진됐으며, 첨단기금 3700억원과 산업은행 300억원 등 정책자금 4000억원에 민간자금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진행됐다.
리가켐바이오는 6월 5000억원 조달 과정에서 국민성장펀드 자금을 받았다. 전환사채(CB) 1700억원과 전환우선주(CPS) 3300억원으로 구성됐고, 만기는 10년이었다.
원익로보틱스는 최근 3500억원 규모 직접투자 승인 사례다. 이 가운데 1500억원은 첨단전략산업기금이 CPS 방식으로 직접 지분투자하고, 나머지 2000억원은 민간투자자가 부담한다.
회수 난도는 기업별로 다르다. 비상장 AI 기업은 IPO 시점과 상장 당시 기업가치가 핵심 변수이고, 이미 상장된 리가켐바이오는 전환증권이 보통주로 바뀔 때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과 잠재 매도물량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원익로보틱스는 코스닥 상장사 원익홀딩스가 지분 96% 이상을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라는 점에서 중복상장 논의와 맞물린다. 비상장 성장기업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에게 IPO는 주요 회수 경로지만,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와 자회사 상장 논의가 충돌할 수 있다.
AI 3사의 회수 문제는 가격과 시간에 가깝다. 리벨리온은 국민성장펀드 투자 이후 프리IPO를 마쳤고 이 과정에서 약 3조4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퓨리오사AI는 이번 프리IPO에서 투자 전 기업가치로 약 3조원이 거론됐고, 업스테이지는 구체적인 IPO 목표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사안은 AI와 로봇 기업의 기술 경쟁력만이 아니라 자본시장 구조 문제와도 연결된다. 본지는 앞서 AI 성장이 장기 자본과 위험자본을 필요로 한다는 해외 중앙은행의 진단을 전한 바 있다. 국민성장펀드 사례는 같은 논점을 국내 정책금융과 회수시장 문제로 옮겨 놓는다.
IB업계 관계자는 "그렇다고 해서 엑시트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성장펀드는 정책 보조금이 아니라 투자다. 회수된 돈이 다시 새로운 성장기업에 투입돼야 15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선순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성장펀드는 8월 말까지 직접투자 2조8300억원을 승인했다. 올해 직접투자 목표는 대부분 채웠고, 남은 과제는 정책자금이 어떤 절차와 가격으로 회수돼 다시 성장기업에 투입될 수 있는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