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오는 가을부터 10개 도시를 순회하며 암호화폐 산업 관계자들과의 직접 소통 강화에 나선다. SEC 커미셔너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는 ‘크립토 태스크포스’의 일환으로 스타트업, 개발자, 투자자들과의 라운드테이블을 열어 디지털 자산 규제 방향에 대한 현장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번 전국 순회 프로그램은 오는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며, 특히 창업 2년 이내, 직원 수 10인 이하의 암호화폐 스타트업을 주요 타깃으로 한다. 피어스 커미셔너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규제 프레임워크가 가져올 영향력은 막대하다"며, "가능한 한 광범위한 의견 청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EC는 앞서 진행한 2025년 라운드테이블에서 a16z 크립토 등 업계 대기업, 블랙록 같은 전통자산 운용사들과 등장했던 다양한 주제를 공유한 바 있다. 주요 논의 주제는 암호화폐 규제, 보관(Custody), 디파이(DeFi), 토큰화(Tokenization) 등으로, 태스크포스의 초점은 단순한 규제 집행이 아닌 다각적 이해와 조율에 맞춰지고 있다.
SEC는 1934년 설립된 미국 증권 감독 기관으로, 기존에는 암호화폐 업계와의 갈등이 잦았다. 하지만 최근 변화된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 체제 아래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SEC는 코인베이스(Coinbase), 유니스왑(Uniswap), 크라켄(Kraken) 등 주요 암호화폐 업체들에 대한 소송을 잇달아 철회하며, 업계와의 대화를 강조하는 흐름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SEC의 이번 순회 소통이 과거에도 있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예산은 미 의회의 배정으로 충당되며, 관련 세부 운영비용 역시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 산업을 미 경제의 주축 중 하나로 부상시키겠다는 공약을 본격화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지난 7월 18일 트럼프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GENIUS법에 서명했으며, 동시에 ‘CLARITY 법안’도 미 하원을 통과해 암호화폐 시장 구조를 법제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 크립토 정책은 SEC뿐 아니라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통화감독청(OCC) 등 정부 전반으로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연준은 올해 6월, 암호화폐 기업의 은행 접근성을 제한하는 ‘평판 리스크’ 분류를 삭제했고, OCC도 기존보다 완화된 감독 기준을 적용 중이다.
이번 SEC 전국 순회 라운드테이블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서, 트럼프 행정부의 암호화폐 산업 제도권 편입 전략이 한층 정교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는 새로운 규제 환경이 긴장보다는 협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