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자산 분류에 있어 큰 방향 전환을 시사했다. 새로 취임한 SEC 위원장 폴 앳킨스(Paul Atkins)는 "매우 소수의 암호화폐만이 증권으로 간주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는 동종 자산 대부분을 증권에 포함시킨 전임 위원장 게리 갠슬러(Gary Gensler)의 정책 기조와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
앳킨스 위원장은 지난 19일 미국 와이오밍에서 열린 SALT 블록체인 심포지엄에서 SEC의 전략 과제인 '프로젝트 크립토(Project Crypto)'를 언급하며 이같은 발언을 전했다. 그는 "토큰 그 자체를 증권으로 단정 짓는 것은 옳지 않다. 오렌지가 모든 상황에서 증권은 아니듯 각 토큰도 구체적 맥락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SEC의 관점에서 토큰 대부분은 증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행사 후 소셜 플랫폼 X(구 트위터)를 통해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대통령 직속 정책 그룹의 권고안을 신속히 실행하겠다"며 SEC의 독립적 행보를 예고했다. 또한 최근 의회를 통과한 스테이블코인 법안(GENIUS 법)에 대해선 "미국 의회와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에 있어 의미 있는 전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앳킨스 위원장은 과거 규제 집행 중심의 방식에 대한 반성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제 SEC는 큰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책 방향의 새 전기를 예고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 암호화폐 정책 자문을 맡았던 로버트 하인스(Robert Hines)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Tether)의 전략 고문으로 합류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가 향후 규제 대응 및 미국 시장 진입 전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규제 진전에 따른 정책 기대감과는 별개로 암호화폐 시장은 급격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이날 기준 전체 시가총액은 3조 8,700억 달러(약 5천 3백 93조 원)로 하루 만에 2.3% 하락하며 최근 2주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비트코인(BTC)은 장 초반 아시아 시장에서 한때 11만 2,650달러(약 1억 5,665만 원)까지 밀리며 주간 고점 대비 8.5% 하락했다. 이후 11만 3,500달러(약 1억 5,777만 원)선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약세 기조는 여전하다. 이더리움(ETH) 역시 4,100달러(약 569만 원)를 하회하며 지난주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일부 알트코인도 동반 하락했지만 낙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상황이다.
앳킨스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암호화폐 친화적 규제 환경 조성에 대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다만 전환기적인 정책 불확실성과 시장 심리 위축이 맞물리면서 당분간 암호화폐 시장은 변동성이 큰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