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이공계 인재 유출과 ‘의대 쏠림’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 중심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연구·학업·창업에 몰입할 수 있는 인재 생태계를 마련해,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중심으로 인력 재배치와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25일 서울시는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이제는 이공계 전성시대 포럼’에서 ‘3NO 1YES’ 비전을 공식 발표했다. 이 비전은 학비·성과 압박·주거비라는 3가지 부담을 없애고(NO), 이공계 인재의 자긍심을 높이겠다(YES)는 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 ‘3NO 1YES’는 단기 지원을 넘어서 구조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시는 먼저 이공계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공계 미래동행 장학금’을 대폭 확대한다. 석사과정 장학금을 연 2,000만 원, 박사과정은 연 4,000만 원으로 증액하고, 박사 후 연구자도 최대 6,000만 원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최대 10년간 중장기 연구비를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서울 라이즈 텐 챌린지’를 도입해 단기 성과 중심의 연구환경을 개선하고 도전적 연구를 장려한다.
생활 안정과 연구 몰입을 위한 환경 조성도 추진된다. 서울시는 공공기숙사를 활용해 ‘이공계 인재 성장주택’을 공급하고, 연구와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주거 여건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 차원의 과학기술인 시상제도인 ‘서울 과학인의 상’을 신설해, 우수한 과학기술인을 발굴·지원하고 세계무대 진출을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발표된 정책은 최근 수년간 서울시가 꾸준히 추진해온 과학기술 생태계 육성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서울시는 2022년부터 대학 연구·교육 공간 확보를 위해 도시계획 규제를 완화했고, 이 결과 고려대에 SK하이닉스 및 현대자동차와 연계된 계약학과와 최첨단 반도체 실험실 등이 들어섰다. 또한 청년취업사관학교, 캠퍼스타운 등을 통해 AI·바이오·핀테크 등 신산업 분야 인재 2만여 명을 양성하며 창업 인프라를 확대해 왔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이공계 중심 정책은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대학, 산업, 연구기관 간 협력을 통한 혁신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방향은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과학기술에 있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향후 이 정책이 다른 지자체나 중앙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이공계 기피 흐름을 되돌리고 첨단 분야 인재 집중을 유도하는 데 성공한다면, 대한민국 산업구조 전환의 기반이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