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2일, 3년간의 공식 임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고 위원장은 퇴임식에서 개인정보 보호 정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직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는 위원회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진행됐다. 고 위원장은 별도의 연설문 없이, 재직 기간 중 기억에 남는 일들과 직원들과 함께한 경험을 중심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앞으로도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최근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성과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시했다.
고 위원장이 언급한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는 세계 각국 개인정보 감독기구가 참여하는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다. 올해 총회는 지난 9월 중순 서울에서 열렸으며, '인공지능 시대의 개인정보'라는 주제로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95개국에서 1천여 명이 넘는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 정책의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고, AI 기술 발전에 따른 법적·윤리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계기가 됐다.
고 위원장은 재임 중 국내 개인정보 관련 인식의 전환과 법적 조치 강화에 힘쓴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지난 8월, SK텔레콤 해킹사건으로 2천300만 명의 이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태와 관련해, 역대 최대 규모인 1천34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당시 제재 발표에서 “개인정보 보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투자”라고 강조하며, 기업의 인식 개선을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인 고 위원장은 퇴임 후 당분간 강단에 복귀하지 않고, 여행과 독서 등으로 개인적인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향후에도 개인정보 보호 분야에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지만, 공개적인 공식 활동은 일정 기간 휴식기를 거친 뒤 결정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개인정보 보호가 국내외에서 점점 더 중요한 이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기술 발전과 함께 개인 정보의 활용 범위는 확대되고 있지만, 동시에 그만큼 리스크도 커지고 있어 향후 정부 정책과 규제 체계의 정교화가 더욱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