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거래소에도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제’가 적용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거래소를 금융회사와 동일한 규제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업계 부담이 연간 최대 28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금융위원회와 국회에 따르면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을 통해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제’를 가상자산거래소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이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에서 논의된다. 해당 제도는 금융사의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한 피해에 대해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거래소도 금융회사 수준 규제 적용
그동안 은행과 카드사 중심으로 적용되던 제도가 가상자산거래소까지 확대되는 이유는 피해 양상의 변화 때문이다.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은 은행 계좌를 넘어 비트코인(BTC) 등 가상자산을 활용해 자금을 세탁하고 추적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태훈 금융위원회 금융안전과장은 “범죄자들이 가상자산 규제의 빈틈을 이용하고 있다”며 “거래소에도 금융회사와 동일한 수준의 무과실 배상책임을 적용하도록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상한도 최대 5000만원…업계 부담 촉각
핵심 쟁점은 ‘배상한도’다. 현재 국회에서는 상한선을 5000만원으로 두고, 하한선을 1000만~2000만원 수준에서 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금융위원회 추산에 따르면 상한 5000만원 기준 제도가 도입될 경우 금융권 전체 부담은 연간 최대 2800억원에 달할 수 있다. 가상자산거래소까지 포함되면 업계 전반의 비용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빗썸 사태 이후 규제 강화 급물살
이번 제도 추진은 지난 2월 발생한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 이후 본격화됐다. 금융당국은 이를 계기로 거래소 내부통제를 금융권 수준으로 강화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5분 단위 잔고 대사 시스템 △고위험 거래 모니터링 △내부통제 강화 등이 추진되고 있으며,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와의 협의도 병행 중이다.
해킹 사고까지 ‘무과실 책임’ 확대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해킹과 전산장애에 대해서도 무과실 책임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에는 사고 발생 시 거래소 등 디지털자산사업자에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여야는 오는 15일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관련 법안을 처음 논의할 계획이며, 보이스피싱과 해킹 관련 책임 규정이 함께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연 1조 피해”…속도전 예고
금융당국은 입법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연간 1조2000억원, 피해자만 2만3000명에 달한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회사와 디지털자산사업자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과거보다 강한 책임 구조가 형성되는 흐름이다. 업계는 비용 부담 확대를 우려하면서도, 신뢰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전환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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