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암호화폐 규제의 ‘중앙집중화’에 힘을 실으며, 유럽 전역의 감독 체계가 대대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CB, ESMA 중심 단일 감독 체계 지지
ECB는 2025년 유럽연합(EU) 자본시장 패키지에 대한 공식 의견을 통해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업체(CASP) 감독 권한을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방안이 통과될 경우, 지금까지 국가별로 나뉘어 있던 27개 감독 체계는 프랑스 파리 기반의 단일 감독 체계로 통합된다.
현재 MiCA 규정 아래에서는 각 회원국 감독기관(NCA)이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이를 EU 전역에서 ‘여권(passport)’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감독 강도와 집행 기준은 국가마다 달라 ‘규제 차익’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ESMA가 직접 감독에 나설 경우, 주요 거래소와 대형 사업자는 설립 국가와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 아래 검사, 제재, 보고 의무를 적용받게 된다. 이는 시장 전반의 규제 일관성을 높이는 대신, 기존 국가별 경쟁 구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
아일랜드·몰타 반발…‘라이선스 허브’ 흔들리나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몰타 등은 비교적 유연한 규제를 기반으로 주요 ‘암호화폐 라이선스 허브’로 자리 잡아왔다. 하지만 감독 권한이 ESMA로 넘어갈 경우 이러한 이점은 사실상 사라진다.
각국 정부는 감독 권한뿐 아니라 관련 세수와 산업 영향력까지 잃을 수 있어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이번 개편의 핵심 변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입법 패키지가 이러한 정치적 저항을 넘고 실제 법제화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강화 신호
ECB는 특히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추가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중앙은행 화폐가 아닌 ‘전자화폐 토큰(EMT)’이 결제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발행 규모에 상한을 두자는 입장이다.
이미 준비금 50억유로(약 7조4,285억 원) 이상 또는 이용자 1,000만 명 이상일 경우 유럽은행감독청(EBA)의 감독 대상이 된다. 여기에 ECB의 ‘결제 용도 제한’까지 더해지면 대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글로벌 거래소는 추가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규모 스테이블코인 정산을 활용하는 거래소들은 유동성 운영 방식 자체를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CB, ESMA 의사결정 참여까지 요구
이번 의견서에서 ECB는 단순한 지지에 그치지 않고 ESMA 내 신규 이사회에 ‘비투표 सदस्य’로 참여하겠다는 요구도 내놨다. 이는 공식 권한 확대 없이도 암호화폐 감독 논의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ECB는 또한 ESMA의 인력과 재정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ESMA는 2025년 초 비준수 프로젝트 단속 과정에서 이미 역량 한계를 드러낸 바 있어, 감독 확대 시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 암호화폐 시장, ‘규제 전환점’ 맞나
이번 조치는 암호화폐를 단순 결제 수단이 아닌 ‘금융시장 핵심 자산’으로 재정의하려는 흐름 속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등 주요 국가들도 유사하게 증권형 규제로 이동하는 추세다.
ESMA 중심 체계가 도입될 경우 유럽 암호화폐 시장은 규제 일관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대신, 시장 진입 장벽과 규제 강도는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회원국과의 힘겨루기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