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규제 NMS’의 핵심인 ‘룰 611’을 폐지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디파이(DeFi)와 토큰화 주식 시장 사이의 가장 큰 장벽이 흔들리고 있다. 업계는 이를 두고 ‘토큰화 주식’ 시장의 구조적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EC는 지난 11일 ‘룰 611(주문 보호 규칙)’과 ‘룰 610(e)’ 폐지를 공식 제안하고 60일간 공개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해당 조치는 2025년 8월 시작된 디지털 자산 규제 현대화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크립토(Project Crypto)’의 핵심 개편으로 꼽힌다.
디파이와 충돌했던 ‘룰 611’, 왜 문제였나
‘룰 611’은 2005년 도입된 규정으로, 주식 거래 시 모든 거래소 중 ‘최우선 호가(NBBO)’보다 불리한 가격 체결을 금지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였지만, 디파이 구조에서는 근본적으로 충돌이 발생했다.
디파이에서 사용되는 자동화된 마켓메이커(AMM)는 거래를 중앙 호가가 아닌 ‘유동성 풀 가격’으로 즉시 체결한다. 이는 수학적 공식에 기반한 방식으로, 기존 증권시장처럼 최적 가격을 찾아 주문을 라우팅하지 않는다.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의 연구 책임자 알렉스 손(Alex Thorn)은 “AMM 기반 토큰화 주식 거래는 본질적으로 지속적인 ‘트레이드 스루(trade-through)’를 발생시키며, 현행 규제에서는 사실상 불법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룰 610(e)’까지 더해지며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해당 규정은 더 나은 가격이 존재할 경우 거래를 막아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AMM은 이런 기능 자체가 없어 구조적으로 규정 위반 상태가 된다.
‘토큰화 주식’ 시장, 본격 개화 신호
SEC는 기존 규정을 대체해 ‘원칙 기반 최선집행(best execution)’ 체계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는 개별 거래 단위가 아닌 브로커 수준에서 전체적인 최적 실행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 변화는 디파이와 토큰화 주식 모델을 현실적으로 연결하는 핵심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브로커가 디파이 풀과 연동해 거래를 처리하면서도 규제 준수를 입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SEC 위원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는 “기존 규정은 투자자 보호보다 오히려 시장 분절과 혁신 억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토큰화 주식은 실물자산(RWA) 토큰화 시장의 핵심 분야로 급부상 중이다. 로빈후드(Robinhood)와 크라켄(Kraken) 등 주요 플랫폼이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기존에는 규제 충돌로 상용화가 지연돼 왔다.
특히 SEC는 최근까지 ‘1:1 실물 주식 담보’ 기반 토큰화 주식에 대한 별도 면제안도 검토했지만, 전통 거래소 반발로 발표를 연기한 바 있다. 이번 ‘룰 611’ 폐지는 해당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2027년 시행 가능성…글로벌 경쟁도 변수
TD 코웬(TD Cowen)은 최종 규정 확정 시점을 2027년 1분기로 전망했다. 통상적인 의견 수렴과 재제안 절차를 감안한 일정이다.
글로벌 경쟁도 변수다. 일본이 최근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재분류하는 등 주요 국가들이 빠르게 제도 정비에 나서면서, 미국 역시 규제 혁신 압박을 받고 있다.
이미 월가도 움직이고 있다. 씨티(Citi), DTCC, 주요 프라임 브로커들은 온체인 결제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은 더 이상 가능성을 논의하는 단계가 아니라 실제 ‘레일’을 깔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SEC의 규정 개편은 ‘토큰화 주식’과 디파이의 결합을 가로막던 마지막 장벽을 제거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다만 실제 제도 확정과 시장 적용까지는 시간과 추가 논의가 필요한 만큼, 향후 규제 방향과 업계 대응이 시장 형성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