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이 1년 만에 ‘몇 호를 발표했느냐’보다 ‘언제 착공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30년까지 수도권 주택 135만호를 착공하겠다는 목표가 실제 공사 현장으로 이어지는지가 정책 성패를 가를 기준이 됐다.
국토교통부는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5년간 수도권 주택 135만호를 착공하고, 이 가운데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37만2000호 이상을 신속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연합인포맥스는 이번 대책이 공급 목표를 인허가가 아니라 착공 기준으로 관리한다는 점에서 이전 공급 대책과 다르다고 보도했다.
착공 기준은 주택 공급의 체감 속도와 맞닿아 있다. 인허가는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행정 승인을 받는 단계이고, 착공은 실제 공사에 들어가는 단계다. 정부가 공급계획 발표 자체보다 공사 진입 시점을 앞당기는 데 정책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핵심 수단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 시행이다. LH가 공공택지 사업을 직접 맡아 사업 기간을 줄이고, 노후 공공청사와 유휴 학교용지 등을 활용해 도심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다. 공공이 토지 조성부터 공급까지 더 강하게 관여해 행정 절차와 사업 지연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올해 들어 공급 보강책도 이어졌다. 정부는 1월 29일 서울 아파트 중심 6만호 공급 방안을 내놨고, 5월에는 수도권 아파트 10만호 조기 착공과 비아파트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8월 13일에는 수도권 23만호+α 추가 공급 방안을 제시했다.
이 흐름은 공급 물량보다 실행 속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9·7 대책의 135만호 목표를 이행하면서 신규 택지 10만호를 추가하고, 2030년까지 수도권 일반주택 13만호 착공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올해 수도권 공공주택 착공 목표는 6만2000호로 잡혔다.
본지도 앞서 주택 공급 속도전이 실제 착공 집행과 공정 진행 속도로 확인돼야 한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에도 정책 발표가 건설자재 수요와 업체 실적으로 연결되려면 사업장별 착공과 공정 진행률이 확인돼야 한다는 점이 핵심으로 제시됐다.
9·7 대책의 실행 변수는 서울에서 더 크다. 대규모 택지를 새로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정비사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31년까지 253개 정비사업을 통해 31만호를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기존 주택 멸실을 감안한 순증 물량은 약 8만7000호로 추산됐다. 재개발·재건축은 공급 확대 수단이지만 사업 과정에서 기존 주택 철거와 이주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전세·월세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면 단기 임대시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공사비 상승도 정비사업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업비가 늘면 조합과 시공사의 부담이 커지고, 분담금 조정이나 사업성 검토가 길어질 수 있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용적률 완화, 임대주택 비율 조정, 이주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등을 정부에 건의한 배경이다.
공공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용적률을 3년 한시로 완화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다. 국민의힘은 용적률 완화 대상에 민간 사업자를 추가하고 법적 상한 용적률을 1.3배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민간 사업자의 용적률 상한을 1.2배로 하고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완화 지역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공급의 다른 축은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조율이다. 정비사업 인허가와 도시계획 권한 상당 부분은 서울시가 갖고 있다. 중앙정부의 공급 목표가 현장 착공으로 이어지려면 서울시와의 협의가 뒤따라야 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두 차례 만나 공급 방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제안한 탄천물재생센터 공급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공급 목표와 서울시의 인허가·도시계획 권한이 맞물려야 실제 사업 속도를 낼 수 있는 구조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5년간 수도권 주택 착공의 83.4%를 민간이 담당한 만큼 공급 목표 달성이 민간 주택시장의 회복 여부와 직결돼 있다”면서 “공공택지에 대해서는 행정절차 단축뿐 아니라 보상·이주·철거 등 현장의 병목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택지 절차 단축만으로는 135만호 착공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민간 정비사업과 현장 병목 해소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의 공급 속도전은 착공 목표를 세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공공택지 절차 단축, 정비사업 인허가, 이주와 철거, 민간 사업성 보완이 함께 움직여야 135만호 목표가 실제 공사 현장으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