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 상장지수펀드(ETF) 신탁 판매 점검과 관련해 금융회사의 수수료 설명의무 이행을 다시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이 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제4차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를 주재하고 ETF 거래·판매 추이, 빚투 상황, 보험모집 영업행위 등 업권별 소비자 위험요인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회사는 소비자가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투자성향·거래 목적 등에 적합한 상품을 권유하고 수수료 수준 및 숨은 비용에 대해서도 충실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금감원이 은행권 ETF 신탁 판매 과정을 들여다보는 가운데 나왔다. 금감원은 KB국민·우리·NH농협·신한·하나·SC제일은행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벌였다.
검사 쟁점은 ETF 신탁 판매 과정에서 선취수수료와 후취수수료의 차이, 고객 비용 부담, 수수료 구조 설명이 충분했는지다. 은행권 ETF 신탁 판매가 단기 거래 중심으로 커진 상황에서 비용 구조를 제대로 알렸는지가 감독의 핵심 판단 대상이 됐다.
은행 ETF 신탁은 고객이 은행에 자금을 맡기고, 은행이 고객 지시에 따라 ETF를 편입·운용하는 구조다. 증권사 계좌에서 직접 ETF를 사고파는 방식과 달리 신탁 수수료가 붙어 보유 기간과 거래 목적에 따라 실제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금감원은 7월 30일 은행권 ETF 신탁 거래 관련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 자료상 주요 6개 은행의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ETF 신탁 판매액은 64조원, 판매 건수는 103만건이었다.
본지는 앞서 은행권 ETF 신탁 수수료 설명의무가 감독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당시 금감원은 설명의무 미흡이 확인되면 수수료 환급 등 후속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선취수수료는 가입 때 먼저 내는 방식이고, 후취수수료는 해지 때 보유 기간 등에 따라 내는 방식이다. 보유 기간이 짧은 거래가 많을수록 수수료 부과 방식은 소비자 비용 부담에 직접 영향을 준다.
협의회는 목표 전환형 펀드 판매 증가도 위험요인으로 봤다. 펀드 판매사가 실적을 이유로 수수료 구조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환매와 신규상품 재가입을 유도할 경우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생긴다는 판단이다.
증시 변동성 확대로 목표수익률 달성 기간이 과거보다 짧아진 상황에서 선취수수료 상품을 집중 권유하면 소비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목표수익률에 도달해 상품이 해지되고 재가입이 반복되면 가입 때마다 수수료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관리 과정의 소비자 안내도 점검 대상에 올랐다. 협의회는 은행들이 대출 취급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줄이면서 충분한 사전 안내를 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예측가능성이 낮아지고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금감원은 예금·대출·투자상품의 취급 중단이나 변경과 관련한 소비자 안내 방안을 은행권과 협의해 마련할 예정이다. 안내 필요성이 높은 상품부터 우선 도입하고, 안내 기간·방법·내용은 은행권과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최근 주가변동성이 다소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대내외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업권별 주요 위험요인을 예의주시하며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를 통해 금융 현장에서 포착된 위험요인을 감독·검사 업무에 반영하고, 은행권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ETF 신탁 수수료 체계 개편을 논의할 방침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보이스피싱 등 민생범죄와 금융사고 예방도 함께 점검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