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의회의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 처리와 별개로 가상자산 발행·이전·보관 규칙 정비를 병행한다.
폴 앳킨스(Paul S. Atkins) SEC 위원장은 1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솔라나 정책연구소(Solana Policy Institute)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세계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기 위한 정책 방향을 재확인했다.
앳킨스 위원장은 디지털자산 시장 명확성법(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CLARITY Act)을 조속히 처리해 대통령에게 보내달라고 의회에 촉구했다. 그는 "법안이 있든 없든 이 행정부는 미국 투자자와 기술 혁신가를 위해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원은 H.R.3633 클래리티 법안의 절차 표결을 15일 오후 2시 15분(미 동부시간)에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시간으로는 16일 오전 3시 15분이다. 표결 통과나 최종 법률 제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상원 은행위원회 디지털자산 소위원회 위원장은 10일 수정된 법안 내용을 공개했다. 수정안에는 비탈중앙화 금융(DeFi) 프로토콜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록 및 자금세탁방지법 적용 기준과 신용조합의 가상자산 업무 권한을 명확히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루미스 의원은 수정안에 민주당 의원들의 요구 114건 이상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클래리티 법안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SEC와 CFTC의 감독 범위와 규제 체계를 정하는 시장구조 법안이다.
SEC는 법안 처리와 별도로 자체 규칙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공개한 규제안은 가상자산 관련 특정 투자계약에 맞춤형 발행 체계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규제안에는 4년간 최대 500만달러(약 67억1500만원), 12개월마다 최대 7500만달러(약 1007억2500만원)의 발행 면제가 포함됐다. 원칙 중심 공시와 증권법상 사기·시세조종 금지 조항을 적용하고, 일정 조건에서는 투자계약이 증권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조건부 세이프하버도 제시했다.
공개 의견 제출 기한은 10월 20일이다. SEC는 해당 내용을 최종 규칙이 아닌 제안으로 분류하고 있어 의견 수렴과 후속 절차에 따라 내용이 바뀔 수 있다.
전자적 장부와 토큰화 주식 확산을 반영하기 위한 이전대리인 규칙 개정안도 9월 1일 제안됐다. SEC 규칙 제정 목록에 가상자산 발행 규제안과 함께 제안 단계로 올라와 있어 현재 공개된 내용만으로 최종 시행 시점과 적용 범위를 확정할 수 없다.
앳킨스 위원장은 투자자문사와 규제 펀드의 가상자산 보관을 명확히 하는 별도 제안을 직원들에게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일정 조건 아래 자기보관과 주 신탁회사 이용을 허용하는 방향이 거론됐지만, 구체적인 규칙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정상회의는 정책 담당자와 규제기관, 기관투자자, 블록체인 개발자가 솔라나를 금융 인프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행사에 금융·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지만, SEC의 규제 방향이 솔라나나 특정 토큰에 대한 승인 또는 수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루미스 의원실은 블랙록, 피델리티, 프랭클린 템플턴, 골드만삭스, 찰스슈와브, 소파이 등이 클래리티 법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각 기업의 개별 지지 성명과 지지 범위가 모두 공개된 것은 아니다.
이번 움직임은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 정비가 의회와 SEC에서 동시에 진행된다는 앞선 보도의 연장선에 있다. SEC는 법률 제정 여부와 별개로 발행·시장 인프라·보관 영역의 규칙을 각각 손질하는 방식으로 규제 체계를 넓히고 있다.
클래리티 법안과 SEC 규칙안은 역할이 다르다. 법안은 의회가 SEC와 CFTC의 법정 권한을 정하는 절차이고, SEC 규칙안은 현행 증권법 체계 안에서 특정 가상자산 투자계약과 시장 인프라에 적용할 세부 기준을 제시하는 절차다.
미 상원은 15일 절차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며, SEC의 가상자산 발행 규제안에 대한 공개 의견 제출은 10월 20일까지 이어진다. 두 절차 모두 최종 결과와 시행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