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입항한 선박에서 무려 600㎏에 달하는 코카인이 적발되면서, 관세 당국의 공조와 수사력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대형 마약류 밀수 시도가 아닌, 국제 공조 수사와 정밀 분석 기술이 총동원된 사례로 부산항 역대 최대 규모의 코카인 적발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5월 9일 오후,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관세청을 통해 제공한 첩보에서 비롯됐다. 미국에서 전달받은 정보에 따라 부산세관은 곧바로 입항 예정 선박과 화물 목록을 분석했으며, 남미발 9만5,000t급 컨테이너선 A호에 의심 화물이 실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의 컨테이너는 A호가 국내를 떠나기 불과 하루 전날 발견돼 긴급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부산세관은 즉시 컨테이너 하역을 요청했고, 선박 운영사 측의 협조로 5월 10일 오전 해당 화물은 부산신항 부두로 이동되었다. 육안으로는 비어 있는 듯 보인 컨테이너였지만, 차량형 엑스레이 검색기(ZBV)를 활용한 검사에서 이상 음영이 감지됐다. 세관 수색팀은 컨테이너 내부에서 방수 포장된 12개 꾸러미를 발견했고, 이 안에는 코카인으로 의심되는 백색 블록이 120개가 넘는 수량으로 포장돼 있었다.
현장에서 탐지키트를 이용한 1차 검사 즉시 양성 반응이 나타났고, 이후 분석실에 긴급 성분 분석이 의뢰됐다. 정밀 감정 결과, 이 꾸러미들에서 나온 물질은 순도 높은 코카인으로 확인됐다. 코카인 원물만 해도 600㎏, 포장재까지 포함한 총 무게는 720㎏에 달한다. 이는 약 2,000만명이 동시 투약이 가능한 규모로, 시가로는 약 3,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적발은 미국, 남미, 한국을 잇는 복합 항로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A호는 에콰도르에서 출발해 멕시코, 페루, 일본을 거쳐 부산에 도착한 뒤 중국을 경유해 다시 에콰도르로 돌아가는 노선이다. 부산지검과 세관이 컨테이너 내부 구조, 선박 외부, 코카인 포장재 등에 대한 지문 분석, GPS·마킹 여부는 물론, 선원들의 통신기기까지 확인한 결과, 국내 관련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세관 당국 관계자는 “모든 첩보가 실질 적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단 하나도 허투루 다루지 않는다”며, 이번 사례는 극히 드문 성공적 적발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부산신항을 통해 남미발 무역선에서 반입된 대규모 코카인 적발이 잇따르고 있어, 정부의 항만 단속 강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부산항에서는 아보카도 컨테이너에서 400㎏, 냉동기계 내에서 33㎏, 선박 장비에 숨겨진 100㎏ 등 마약류 적발 사례가 꾸준히 보고돼왔다.
적발된 코카인은 마약류 관리법에 따라 검찰청사 내 압수 창고에 보관됐다가 전량 소각될 예정이다. 이번 수사는 국제 공조체계의 민첩성은 물론, 세관과 검찰, 수사기관의 협력 시스템이 얼마나 치밀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