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이 업무용으로 사용하던 자료 저장 시스템 ‘G드라이브’가 완전히 소실되면서 수십만 명에 이르는 국가 공무원의 개인 업무자료가 복구 불가능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번 화재는 지난 9월 26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제5층 전산실에서 시작됐다. 이곳에는 중앙부처 주요 정보 시스템 96개가 설치돼 있었으며, 불길에 휩싸이면서 시스템 전체가 전소됐다. 특히 정부 공무원들이 업무 문서를 저장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시스템인 G드라이브 역시 함께 화재 피해를 입었다. G드라이브는 정부의 각 부처 공무원들이 작성하거나 수집한 업무 파일을 저장하는 공간으로, 일상적인 행정업무 수행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던 인프라다.
행정안전부는 2018년부터 ‘G드라이브 이용지침’을 통해 공무원들이 업무자료를 자체 컴퓨터가 아닌 G드라이브에 저장하도록 권장해 왔다. 이 때문에 일부 부처는 G드라이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으며, 대표적으로 인사혁신처는 외부 침입 사고 이후 모든 업무용 문서를 G드라이브에 보관하는 정책을 강화했었다. 이번 화재로 이들 부처의 업무 연속성에 큰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G드라이브의 물리적 특성상 외부 백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행안부는 대부분의 정보 시스템 데이터에 대해 일일 백업 또는 월말 백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별도의 백업 센터로 데이터 보호 조치도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G드라이브는 대용량 저성능 스토리지라 백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약 75만 명에 이르는 국가직 공무원이 활용하던 개인 업무자료가 고스란히 사라진 셈이다.
다만, 공식 문서들은 별도로 운영되는 ‘온나라 시스템’에 저장돼 있었기 때문에 전자결재나 보고 등 행정절차를 통해 생성된 문서는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이와 관련해 "공무원의 모든 공식 자료는 결재와 보고 체계를 통해 관리되기 때문에, 온나라 시스템이 정상화되면 핵심 공문서의 회수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태는 정부가 추진해온 디지털 기반 행정환경의 취약성을 드러낸 동시에, 공공기관 데이터 백업과 사이버위기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업무용 클라우드 시스템을 포함한 정부 전산 인프라 전반에 대한 재설계와 보완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