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보안 전문 기업 세일포인트(SailPoint Technologies)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연례 콘퍼런스 ‘Navigate 2025’를 통해 자사 플랫폼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아우르는 대규모 기능 확장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인간 사용자뿐 아니라 머신, 그리고 자율 AI 에이전트에 이르기까지 실시간 통합 관리 및 보안 통제를 가능케 하는 기술을 중심에 두고 있다.
세일포인트가 새롭게 선보인 핵심 플랫폼 ‘세일포인트 플랫폼’은 데이터 중심, 신원 중심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AI 기술을 의사결정과 정책, 액션에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주목받은 기능은 ‘에이전틱 신원 보안(Agentic Identity Security)’이다. 이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AI 에이전트와 같은 비인간 주체들의 신원 정보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인증, 권한 제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 기술은 에이전트의 데이터 접근 경로를 추적하고 권한을 할당하며, 해당 행동을 데이터에 직접 연결함으로써 민감한 정보 유출 위험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에이전트와 AI 중심 시스템에 특화된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 서버(Model Context Protocol Server)’도 함께 공개됐다. 이 서버는 에이전트들이 API를 통해 신원 관련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동시에 규제 준수와 감사를 위한 통제체계 유지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세일포인트 플랫폼의 기반이 되는 ‘아틀라스(Atlas)’ 역시 한층 고도화됐다. ‘아틀라스 엔터프라이즈’로 업그레이드된 이번 버전은 실시간 비즈니스 맥락을 감안한 거버넌스 워크플로우 변경, 동적 승인 기능, 공유 시그널 프레임워크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객사는 요청 별 위험도를 반영해 검토 경로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됐다.
가시성과 데이터 제어 측면에서도 두 가지 중요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옵저버빌리티 & 인사이트(Observability & Insights)’ 기능은 그래프 기반 인텔리전스를 통해 신원 간 연결 관계를 시각화하고, 잠재적인 권한 충돌이나 접근 경로의 취약점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데이터 접근 보안(Data Access Security)’의 경우, 스노플레이크(Snowflake)와의 통합을 통해 정형 데이터까지 중앙에서 모니터링하고 인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세일포인트는 이를 통해 기존의 사일로형 거버넌스를 탈피하고, 데이터와 보안, 신원 정보가 실시간으로 연결된 통합 모델로 나아간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제품 전략을 총괄하는 찬드라 그나나삼반담(Chandra Gnanasambandam) CTO는 “더 이상 정적인 툴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보안 환경을 관리할 수 없다”며 “세일포인트 플랫폼은 통합성과 지능화, 적응성을 핵심으로 보안 전략의 기준을 재정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세일포인트가 기존의 인간 계정 중심 통제를 넘어, AI와 머신 계정까지 포함하는 차세대 신원 보안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머신 계정 거버넌스에 대한 기능도 강화돼, 서비스 계정, 봇, 공유 계정 등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여러 소유자 지정 및 승계 계획 설정을 통해 고아 계정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보안 취약 지점을 줄이려는 구체적 기능도 추가됐다. 시간 기반 접근 설정, 자동 계정 삭제, 변경 기록 정합성 점검 등 일상적인 운영과 감사에 필요한 관리 기능들이 대거 보강됐다. 또한 SAP GRC, BeyondTrust, MacOS, JDBC 등과의 연결성 확대를 통해 기업 내 다양한 시스템과의 통합 운영도 용이해졌다.
세일포인트의 이번 조치는 자율 에이전트 및 AI 환경 확산에 따라 점점 더 복잡해지는 신원 보안 이슈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오늘날 기업들은 단순 인증을 넘어, 정교한 아이덴티티 기반 통제를 요구받고 있는 만큼, 세일포인트의 전략적 방향 전환은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