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벨 실적은 좋았는데…주가는 왜 내렸을까

팹리스 반도체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MRVL)가 시장 기대를 소폭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별다른 서프라이즈가 없다는 평가와 함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마벨은 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서 주당순이익(EPS) 62센트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인 61센트를 근소하게 상회했고, 매출액도 19억 달러(약 2조 7,360억 원)를 기록해 전망치인 18억 8,000만 달러를 간신히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3% 급증했고, 순익은 지난해 2억 200만 달러 적자에서 이번 분기 1억 7,790만 달러 흑자로 전환되며 실적 회복세를 입증했다.

특히 핵심 사업인 데이터센터 부문은 76% 성장해 14억 4,0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호성적을 냈다. 이 부문은 전체 매출의 72%를 차지하며, 전년도 41%에서 비중이 대폭 확대됐다. 이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업 중인 맞춤형 AI 칩 생산과 전자광학 부품 수요 증가에 힘입은 결과다. 마벨은 AWS가 AI 학습 전용 칩으로 개발한 '트레이니엄(Trainium)' 시리즈를 비롯한 데이터센터 맞춤형 반도체를 설계·공급하고 있다. 회사 측은 MS, 구글 클라우드 등 다른 기업들과도 협력 중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기존 부진했던 나머지 4개 사업 부문도 분기 기준 32% 성장률을 보이며 회복 조짐을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통신 인프라 부문으로 매출이 93% 급증한 1억 3,840만 달러를 기록했다. 소비자 부문은 50% 증가한 6,310만 달러,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는 16% 증가한 1억 7,75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자동차 및 산업용 시장에서의 매출은 2% 감소해 7,570만 달러에 그쳤다.

2분기 전망에 대해 마벨은 매출 중간값 기준 20억 달러를 제시해 시장 예상치(19억 9,000만 달러)보다 소폭 앞섰다. 그러나 증권가는 이와 같은 예측치가 ‘상승 지속’을 담보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마벨 주가는 이날 장 마감 후 거래에서 3% 이상 하락했으며, 올해 들어 누적 하락 폭은 42%에 달한다.

호성적에도 주가가 부진한 배경에 대해 콘스텔레이션 리서치의 홀거 뮐러는 “데이터센터 칩 수요 회복과 AI 인프라 투자가 마벨의 미래를 견인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면서도 “엔비디아 중심의 AI 기대감에 마벨도 수혜주로 주목받았으나, 지금은 실적 이상의 미래 그림을 시장이 요구하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지금처럼 비용 구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R&D에 판매·마케팅 비용 이상을 투자(분기 기준 R&D 지출이 7,000만 달러 더 많음)하는 마벨의 전략은 장기적으로 강력한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마벨의 매트 머피(Matt Murphy) 최고경영자도 이번 실적에 대해 “기대 이상의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고, 맞춤형 실리콘과 전자광학 제품 수요 급증에 기반해 2분기와 그 이후도 긍정적인 흐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