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APL)이 아이폰 중심의 탄탄한 실적에 힘입어 4년 만에 최고 수준의 분기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3분기 매출은 940억 4000만 달러(약 135조 4,000억 원)로 작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으며, 이는 월가 예상치인 895억 3000만 달러(약 128조 8,000억 원)를 크게 상회한 수치다.
이번 실적을 견인한 건 단연 아이폰이었다. 아이폰 16 시리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이 부문 매출은 445억 8000만 달러(약 64조 1,000억 원)로 집계돼 시장 전망치인 402억 2000만 달러(약 57조 9,000억 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팀 쿡(Tim Cook)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 16은 전작보다 훨씬 높은 수요를 이끌어내고 있다"며, 기존 사용자들의 업그레이드 수요가 판매 급증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폰 외 다른 제품군 중에서는 맥북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돋보였다. 맥 부문은 15% 증가한 80억 5000만 달러(약 116조 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는 새로운 맥북 에어 모델 출시에 힘입은 결과다. 서비스 부문 역시 134억 원(약 39조 4,000억 원, 13%) 증가하며 274억 2000만 달러(약 39조 4,000억 원)를 기록해 호조를 이어갔다. 특히 아이클라우드와 앱스토어 매출이 강하게 성장했다.
반면, 아이패드와 기타 기기 부문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이패드 매출은 8% 줄어든 65억 8000만 달러(약 9조 4,800억 원)로 분석가 예상치를 하회했고, 에어팟과 애플워치 등이 포함된 '기타 제품' 매출도 74억 달러(약 10조 6,500억 원)로 기대치를 밑돌았다.
글로벌 매출의 핵심 축인 중국 시장에선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다. 중국에서의 매출은 4% 증가한 153억 7000만 달러(약 221조 3,000억 원)를 기록했으며, 이는 최근 분기 연속 하락세를 반전시킨 결과였다. 홍콩, 대만 등을 포함한 광의의 중국 시장 전반에서 애플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회복세를 보인 셈이다.
이번 분기 애플은 약 23억 4,000만 달러(약 33조 7,8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2억 달러가량 증가했다. 주당순이익(EPS)은 1.57달러로,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1.43달러를 10% 가까이 웃돌았다.
팀 쿡 CEO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신규 관세 관련 언급도 내놨다. 애플은 이번 분기에 약 8억 달러(약 1조 1,500억 원)의 관세 비용을 자체 부담했으며, 내 분기에는 이 수치가 11억 달러(약 1조 5,800억 원)로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쿡은 특히 "일부 소비자들이 예상 관세 인상에 대비해 구매 시기를 당겼다"며 전체 매출 성장의 약 1%가 이 ‘선제 구매 수요’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AI 분야에 대한 집중도도 강조됐다. 쿡은 "AI는 우리 세대의 가장 강력한 기술 중 하나"라며, 올해만 최소 7개의 AI 스타트업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AI 기술을 제품과 플랫폼 전반에 도입 중이며, 차세대 전략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에는 'Perplexity AI' 인수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가 인수에도 열린 입장을 취하고 있다.
새로운 AI 기기들이 아이폰 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 쿡은 "그런 기기들이 오히려 아이폰의 보완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며, "아이폰 없는 세상은 쉽게 상상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처럼 전반적인 실적 호조에 투자자들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실적 발표 직후 애플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한때 4% 이상 상승했으며, 이후 상승폭이 일부 줄었으나 여전히 2% 이상 오른 상태다. 다만, 연초 대비 주가는 아직 17% 하락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