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칩 부문 세계 선두 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8월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한 달 전 중국 수출 허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회동한 데 이어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반도체 관세 부과를 시사한 시점에서 이뤄진 만남이다.
이날 회동은 지난 7월 10일 황 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자사 AI 칩 ‘H20’의 중국 수출 허가 문제를 논의한 지 27일 만이다. 당시 엔비디아는 미중 간 기술 경쟁 격화로 인해 국가 안보상 이유로 미국 정부로부터 수출 제재를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로비를 벌인 끝에 해당 칩의 대중국 수출 재개를 승인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와 의약품 등 주요 수입 품목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밝힌 직후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다음 주쯤 반도체와 의약품을 비롯한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6일에는 애플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언급하면서 “반도체에는 약 100%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발언했지만, 시행 시점이나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이러한 미국발 수입 관세 강화 방침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사 칩 대부분을 대만에서 제조해 미국으로 역수입하는 구조인 엔비디아로서는 관세 부과 시 생산비용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황 CEO가 다시 백악관을 찾은 배경에는 이런 구조적인 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도 그는 AI 칩을 관세 대상에서 예외로 해달라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고율 관세를 둘러싼 조율 가능성과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관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미국 내 제조업 회귀를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는 엔비디아 사이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조율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정책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관세 정책과 대중국 수출 허가 제도는 기업들의 글로벌 생산 전략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반도체 산업 전반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