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주요 임원 교체와 조직 개편에 나서며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최근 몇 년간의 수익성 악화와 경쟁 심화 속에서 반등을 모색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9월 8일(현지시간) 케보르크 케치치안을 데이터센터 및 인공지능(AI) 사업을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케치치안은 NXP 반도체와 퀄컴을 거쳐 최근까지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Arm에서 엔지니어링 부사장으로 재직한 인물이다. 인텔은 그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와 AI 칩을 포함한 핵심 제품군에서 시장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주요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부문은 과거 인텔 ‘제온(Xeon)’ CPU가 시장을 주도하던 시기에는 수익의 핵심 축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AI 가속기와 고성능 GPU(그래픽 처리 장치)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되면서, 엔비디아와 같은 경쟁사가 주도권을 가져간 상황이다. 인텔은 이번 인사로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다시 입지를 넓히는 동시에 AI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같은 날 인텔은 다른 주요 조직 개편도 함께 발표했다. PC용 칩을 담당하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의 수장으로는 내부 인사인 짐 존슨을 임명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부문은 기존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나가 찬드라세카란이 운영 책임과 함께 파운드리 서비스까지 맡게 됐다. 또한 인텔 내부의 흩어진 기술 조직을 통합하는 ‘중앙 엔지니어링 그룹’이 새로 신설되어, 지난 6월 영입한 스리니바산 아이옌가르가 부사장으로 지휘하게 됐다.
한편 오랜 기간 인텔의 중추 역할을 해온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 제품 총괄 책임자는 곧 회사를 떠날 예정이다. 그는 30년 이상 인텔에서 일하며 다양한 고위직을 거쳤고, 내부 위기 상황에서 임시 공동 CEO를 맡은 바 있다. 다만 사임 후에도 수개월 동안 전략 고문 역할을 수행하며 이행 과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인텔의 이번 조직 개편은 립부 탄 CEO 체제 아래에서 추진되고 있는 구조조정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2021년 CEO로 취임한 탄은 인텔의 경쟁력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구조 혁신과 인력 재편을 진행해 왔다. 이번 인사 역시 시장 변화와 기술 전환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인텔이 AI 중심의 신산업 구조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와 직결된다. 인텔이 어떤 방식으로 제품 경쟁력을 회복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