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소프트웨어 기업 시놉시스(SNPS)의 주가가 어닝 쇼크와 중국 시장 차질로 급락했다. 시놉시스는 주요 고객사의 계약 철회와 수출 제한 여파로 기대 이하의 실적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실망을 자아냈다.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 본사를 둔 시놉시스는 3분기 기준 주당조정순이익(EPS)이 3.39달러로 집계돼, 시장 기대치였던 3.80달러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 매출은 17억 4,000만 달러(약 2조 5,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지만, 이 역시 월가의 예상치였던 17억 7,000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순이익은 2억 4,250만 달러(약 3,500억 원)로, 전년 동기 기록한 4억 800만 달러 대비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시놉시스는 인텔, 퀄컴, 삼성전자 등 글로벌 칩 제조사에 전자설계 자동화 툴을 공급하며 산업 내 핵심 역할을 수행해왔다. 최근 AI 반도체 수요 급등에 힘입어 성장을 이어오던 시놉시스는 지난달 주가가 사상 최고가인 625.80달러에 도달했을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분기에는 ‘디자인 IP’ 부문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이 부문 매출은 4억 2,76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4억 6,310만 달러에서 감소했다. 시놉시스의 사신 가지 CEO는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시장을 둘러싼 새로운 수출 규제가 영향을 미쳤으며,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와의 계약이 시장 변수로 인해 돌연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수출 제한 조치는 지난 5월 미국 정부의 대중 기술 규제 정책 일환으로 도입됐으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부가 무역 협상 차원에서 이를 해제한 바 있다.
이 같은 변수로 인해 회사는 연간 순이익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기존 15.11~15.19달러에서 12.76~12.80달러로 낮췄으며, 이는 월가의 예상치 15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실망스러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시놉시스의 자동화 설계(EDA) 소프트웨어 부문은 13억 1,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성장세를 이어갔다. 또한, 오랜 기간 준비해온 앤시스(ANSS) 인수도 마무리됐다. 총 350억 달러(약 50조 4,000억 원)에 달하는 대형 M&A로 관련 당국의 심사를 받았지만, 올여름 최종 승인을 획득했다.
가지 CEO는 “AI 기반 제품 설계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번 인수는 우리의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고객 기반을 확장시킬 중요한 계기”라고 강조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회사는 이 인수의 수익 효과를 실현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4분기 실적 전망에서 시놉시스는 주당순이익을 2.76~2.80달러로 제시해 시장 기대치 3.75달러를 밑돌았다. 반면 매출 가이던스는 22억 3,000만~22억 6,000만 달러로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어닝 쇼크와 매출 부진 여파로 시놉시스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8% 넘게 하락했지만,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24% 이상 상승한 상태다. AI 반도체 시대를 선도해온 시놉시스가 이번 분기를 기점으로 다시 반등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