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주가가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33년 만에 최대 폭으로 급등하면서, 창업자 래리 엘리슨 회장이 보유 자산 규모 면에서 일론 머스크를 제치고 세계 부호 1위 자리에 올랐다.
오라클은 9월 10일(현지시간) 자사의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계약된 매출 가운데 아직 수익으로 인식되지 않은 부분을 나타내는 잔여 이행 의무(RPO)가 4천550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59% 늘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약 1천800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자사 클라우드 사업의 질적 성장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같은 실적 발표 이후 뉴욕증시에서 오라클 주가는 하루 만에 41% 넘게 상승하며 주당 341.39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한때 345.72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이는 1999년 닷컴 버블 시기 이후 가장 큰 일일 상승률로 기록됐다. 시가총액은 약 9천690억 달러로, 1조 달러 돌파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엘리슨 회장의 보유 자산도 직격탄을 맞았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엘리슨의 순자산은 3천930억 달러로 집계돼 3천850억 달러를 기록한 머스크를 제치고 세계 최고 자산가 자리에 올랐다. 단 하루 만에 자산이 약 1천10억 달러(약 140조 원) 늘어난 것이다. 다만 다른 경제 매체인 포브스는 여전히 머스크가 자산 기준 4천360억 달러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상반된 결과를 내놨다.
오라클은 기존에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 강자였지만, AI 시대를 맞아 핵심 인프라 격인 클라우드 분야로 중심축을 확장해왔다. 이번 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클라우드 인프라 부문 매출이 전년보다 77% 성장한 180억 달러를 기록했고, 향후 4년 내 1천44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장기 수주 기반이 확충되면서, 투자자들은 오라클을 AI 인프라 시장의 핵심 주자로 다시 보기 시작했다.
시장 분석가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도이체방크와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기관들은 오라클의 실적을 ‘놀라운 수준’이라 평가하며 목표 주가를 상향조정했다. 특히 도이체방크는 AI 인프라 분야에서 오라클의 선도적 지위를 확고히 했다고 밝혔다. 엘리슨 회장은 올해 초 오픈AI의 샘 올트먼,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등과 함께 미 백악관에서 5천억 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오라클 주가 급등과 실적 개선은 단기적인 주가 호재를 넘어, 향후 AI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의 주도권 경쟁 구도에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성장성이 입증된 수요와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갖춘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빠르게 차지하는 구조 속에서, 오라클의 다음 행보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