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 기술의 진전이 온라인 보안의 기반인 공개키 기반 구조(PKI)를 뒤흔들고 있다. 기존의 디지털 인증서 체계가 미래 위협에 대응하기 어려워지면서, 업계는 하이브리드 인증서라는 새로운 해법에 주목하고 있다. 클래식 암호 알고리즘과 양자 내성 알고리즘을 동시에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인증서는 시스템 전환 과정에서의 신뢰 유지를 위한 중간 해답으로 떠올랐다.
DigiCert 주최로 열린 'World Quantum Readiness Day' 행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하이브리드 인증서의 기술적 차별성과 전환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크립토4A 테크놀로지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CTO인 짐 굿맨은 순수 인증서와 하이브리드 인증서의 차이를 언급하며, “순수 인증서는 하나의 서명 알고리즘만 사용하는 데 비해, 하이브리드 인증서는 둘 이상의 서명을 동시에 삽입해 구형 시스템도 해독 가능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SSL의 아버지로 불리는 타헤르 엘가말은 하이브리드 인증서가 가져다주는 비즈니스적 유연성에 주목했다. 서비스 제공 기업 입장에서는 다양한 고객 환경에 대응해야 하므로 클래식 알고리즘과 포스트 양자 암호(PQC)를 동시에 지원하는 것이 필수라는 주장이다. 특히 그는 내부 검증 목적의 인증서라면 빠르게 순수 PQC 구조로 전환할 수 있지만, 외부 통신을 위한 인증서의 경우 호환성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들은 전통적인 PKI와 PQC를 나란히 운영하는 병행 체계를 택할지, 아니면 하이브리드 구조로 가교 역할을 수행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수적인 루트 인증서 아래에 실험적인 알고리즘을 계층적으로 배치하는 헤테로지니어스 체인이 하나의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DigiCert의 산업 표준 부문 부사장 팀 홀러빅은 "최종 전환 상태가 단순하더라도, 중간 단계에서 두 알고리즘이 동시에 정확히 작동하도록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인터넷을 1년간 멈추고 모든 시스템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 쉬울 테지만, 현실에서 그런 선택은 불가능하다”며 이행 과도기의 복잡성을 지적했다.
완전한 포스트 양자 암호 시대를 준비하면서도 현재 신뢰 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한 진화 방식으로 하이브리드 인증서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기존 인프라에 양자 내성 보안을 자연스럽게 이식하는 이 전략은 디지털 인증 환경의 변곡점을 이끄는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