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신용카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전자기업과 금융업의 결합 움직임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가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스와 손잡고 미국 시장에서 자체 브랜드의 신용카드를 출시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카드 결제는 국제 신용카드사 비자의 네트워크를 사용하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삼성 캐시’ 형태로 포인트를 적립받고, 이후 삼성의 고금리 저축 계좌로 해당 적립금을 이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 카드 사용을 통해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자사의 스마트폰, TV, 가전제품 등 다양한 제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제품 판매 증가까지 노리는 전략이다. 고금리 저축상품, 디지털 선불 계좌, 후불 결제 서비스(일명 'Buy Now, Pay Later') 등 다양한 금융 상품도 함께 검토되고 있어, 단순한 소비자 금융 진출을 넘어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려는 구상으로 보인다.
삼성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2019년 애플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및 마스터카드와 손잡고 출시한 '애플카드' 모델과 유사한 접근이다. 당시 애플카드는 이용 실적에 따라 최대 3%의 캐시백과 무이자 할부 혜택 등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소비자 금융 시장에서 누적 적자를 기록하면서 현재 애플은 새로운 금융 파트너로 JP모건 체이스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는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단기 수익 보장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는 단면도 보여준다.
이번 제휴 논의는 당초 연말까지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졌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양측 간 세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과거 2018년에도 삼성전자는 신용카드 출시를 타진한 전례가 있으나, 당시에는 금융사들의 부정적인 반응 속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번에는 삼성 월렛(구 삼성페이)의 미국 내 점유율 확대와 바클레이스의 미국 시장 내 확장 전략이라는 공통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협상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 생태계 확대를 위해 금융시장 진출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미국 신용카드 출시는 성공 시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리워드 체계와 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플랫폼 전략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금융산업의 특성상 수익성과 규제 대응이라는 과제가 병존하는 만큼, 중장기적인 성과는 아직 불확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