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로봇청소기 제조사 아이로봇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중국의 위탁생산업체인 선전 PICEA 로보틱스에 인수되기로 했다. 혁신적 가정용 로봇으로 한때 시장을 선도했던 이 회사가 결국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가며 소유권 전환이라는 큰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이다.
아이로봇은 12월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서, 선전 PICEA 로보틱스와 ‘구조조정 지원 계약’을 맺고, 법원 감독 아래 전면적인 인수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해당 계약에 따라 선전 PICEA는 아이로봇의 지분을 100% 인수하게 되며, 기존 주식은 모두 소각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번 거래가 아이로봇의 부채 부담을 줄이고, 정상적인 영업활동과 글로벌 사업 지속 기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로봇은 2002년 출시한 로봇청소기 ‘룸바’를 통해 가정용 로봇 시장의 문을 연 선도 기업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 기술자들이 창업한 이 회사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4천만 대가 넘는 제품을 판매, 가정용 로봇 산업의 대표주자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공급망 불안 같은 외부 변수에 지속적으로 흔들려 왔다.
2022년에는 아마존이 약 14억 달러에 아이로봇을 인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유럽연합 경쟁당국이 시장 독점 우려를 제기하면서 인수는 무산됐다. 이후에도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던 중, 이달 초 아이로봇은 파산 가능성까지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시장조사기관 IDC가 2024년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1위 로보락(점유율 16.0%)을 비롯해 아이로봇(13.7%) 다음 순위인 에코백스, 샤오미, 드리미 등도 모두 중국 기업들이다. 이처럼 경쟁이 격화되는 시장에서 아이로봇은 점차 주도권을 상실해온 셈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아이로봇은 사업 연속성을 확보하게 됐지만, 창업 30년이 넘은 미국 기술기업이 중국 제조업체에 넘어가는 상징적 변화도 담고 있다. 앞으로 중국 업체 중심의 글로벌 가전 로봇 산업이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서방 기업들의 경쟁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