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로 ECC 공격 시연…비트코인 보안 ‘경고음 커지나’
연구자가 양자 알고리즘으로 타원곡선암호(ECC) 개인키 역산을 시연하며 1BTC 보상을 받았다
실사용엔 아직 거리 있지만 블록체인 보안과 포스트양자 전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포스트-퀀텀(양자내성) 보안 스타트업 프로젝트 일레븐(Project Eleven)이 공개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타원곡선암호(ECC) 공격 시연에 성공한 독립 연구자 지안카를로 렐리(Giancarlo Lelli)에게 1비트코인(BTC) 상금을 지급했다. 기사 작성 시점 기준 1BTC는 7만7736달러로, 원화로는 약 1억1484만 원(1달러=1477.50원) 규모다.
렐리는 약 45분 만에 공개키로부터 15비트 타원곡선 개인키를 역산했으며, 쇼어(Shor) 알고리즘 변형을 이용해 타원곡선 이산대수 문제(ECDLP)를 풀었다. ECDLP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주요 블록체인의 전자서명 기반인 만큼, 이번 시연은 ‘양자 컴퓨팅’이 암호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15비트는 ‘미미’하지만…탐색공간 512배 확장
이번 성과의 의미는 ‘규모의 확대’에 있다. 15비트 개인키는 가능한 조합이 3만2768개로, 단 하나의 정답을 찾아야 하는 탐색 공간 복잡도가 이전 대비 512배 커졌다. 앞서 2025년 9월 스티브 티페코닉(Steve Tippeconnic)이 달성한 6비트 시연이 ‘첫 사례’였다면, 이번은 더 큰 범위에서 재현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15비트 크랙은 비트코인(BTC)이 사용하는 256비트 ECC와는 거리가 멀다. 렐리는 공격에 27개 물리 큐비트(physical qubits)를 사용했는데, 구글은 비트코인(BTC) 수준의 실질적 해킹에 1만~50만 개 물리 큐비트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어, ‘즉각적 위협’으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결합이 변수…빅테크 ‘포스트-퀀텀’ 전환도 가속
시장에서는 양자컴퓨터의 성능 자체뿐 아니라 인공지능(AI)과의 결합을 잠재 변수로 본다. AI가 안정적이고 고성능의 양자 시스템 개발을 촉진하거나, 양자 기반 공격의 자동화·최적화를 도울 경우, 블록체인과 같은 공개 네트워크의 암호체계가 중장기적으로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IBM, 마이크로소프트($MSFT), 구글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도 양자 기술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구글은 양자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포스트-퀀텀 암호’ 도입 시한을 2029년으로 제시한 바 있는데, 이번 시연은 블록체인 생태계 역시 전환 로드맵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취약 지점은 ‘공개키 노출’…탈중앙 특성상 대응도 난제
가장 취약한 대상은 공개키가 이미 드러난 주소들이다. 대표적으로 구형(P2PK) 주소에 쌓인 약 690만BTC, 재사용된 주소, 비트코인(BTC) 탭루트(taproot) 업그레이드에서 거래 이력이 있는 주소 등이 꼽힌다. 비트코인(BTC)은 거래가 전파돼 확인(confirm)되기까지 통상 약 10분의 창이 존재하는데, 이 구간에서 공개키가 노출되며 잠재적 ‘양자 침해’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블록체인의 탈중앙 구조가 ‘양자 내성’ 업그레이드의 조율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은행처럼 중앙에서 보안 업데이트를 일괄 적용하기가 쉽지 않아, 합의와 전환 비용이 크다. 결국 시가총액 약 2조6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 크립토 산업이 신뢰를 유지하려면, 양자 컴퓨팅과 포스트-퀀텀 암호 전환을 둘러싼 기술·거버넌스 논의를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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