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BTC)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공개된 양자 하드웨어로 타원곡선암호(ECC) 기반의 작은 키를 뚫는 데 성공한 사례가 나오면서, ‘비트코인 암호’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이 한층 뜨거워졌다.
다만 이번 성과가 곧바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암호가 깨졌다는 뜻은 아니다. 실험은 매우 작은 규모의 키(15비트)에 국한됐고, 비트코인이 실제로 쓰는 보안 수준(256비트)과는 거리가 크다는 점에서 시장이 받아들여야 할 메시지는 ‘당장 붕괴’가 아니라 ‘추세의 가속’에 가깝다.
‘15비트’ 키 해독 성공…공개 양자장비로 45분 만에
이번 기록은 프로젝트 일레븐(Project Eleven)이 운영한 ‘Q-Day 프라이즈’에서 나왔다. 독립 연구자인 지안카를로 렐리(Giancarlo Lelli)는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 변형을 활용해 15비트 타원곡선암호 키를 해독하고, 공개키로부터 개인키를 도출해 상금 1비트코인(BTC)을 받았다.
주목할 대목은 ‘장비’다. 정부급 비공개 시스템이 아니라 약 70큐비트(qubits) 수준의 공개 접근 가능한 양자 장치를 사용했고, 전체 공격을 45분 만에 끝냈다. 직전 공개 기록이 2025년 9월의 6비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7개월 만에 복잡도를 512배 끌어올린 셈이다.
비트코인(BTC)은 256비트…그러나 노출된 주소는 변수가 된다
비트코인(BTC)은 같은 계열의 타원곡선암호를 쓰지만, 실전 보안은 256비트 스케일에서 작동한다. 이번 15비트 실험이 곧바로 비트코인 지갑을 열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며, 현재 기술 수준과는 ‘차원이 다른’ 계산 자원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그럼에도 리스크 논의가 커지는 이유는 비트코인의 보안 모델 특성 때문이다. 프로젝트 일레븐은 온체인에서 이미 공개키가 드러난 주소에 약 690만 BTC(약 5,200억달러·원화 약 767조원, 1달러=1,475원 기준)가 보관돼 있다고 추산했다. 여기에는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 보유분으로 알려진 약 110만 BTC도 포함돼, 기술 진전이 빨라질수록 ‘취약해질 수 있는 보유분’의 시간표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 수집, 나중 해독’ 시나리오…방어는 업그레이드 경쟁으로
프로젝트 일레븐의 알렉스 프루든(Alex Pruden)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유형의 공격에 필요한 자원 요구량이 계속 내려가고, 실제로 실행하는 장벽도 함께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지금 수집(harvest now), 나중 해독(decrypt later)’처럼 공격자가 공개키를 미리 모아두고, 미래의 양자 성능을 기다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자주 거론된다.
연구 커뮤니티가 제시하는 256비트급 공격의 이론적 자원 추정치도 빠르게 낮아지는 흐름이다. 구글의 2026년 4월 백서는 50만 개 미만의 ‘물리 큐비트’가 필요할 수 있다고 봤고, 칼텍과 오라토믹(Oratomic)은 중성 원자(neutral-atom) 방식에서 1만 큐비트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연구를 내놨다. 결국 비트코인(BTC) 보안의 핵심은 ‘당장 깨지느냐’가 아니라, 양자컴퓨터의 진전 속도에 맞춰 네트워크와 지갑 보안이 얼마나 빨리 ‘업그레이드 경쟁’을 해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