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통신기술 분야 중소기업의 채용 시장이 2024년 사실상 멈춰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열 곳 중 거의 전부가 신규 인력을 뽑지 않았고, 경영 현장에서는 자금보다 사람을 구하는 일이 더 큰 부담으로 떠올랐다.
벤처기업협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10일 발표한 ‘2025 ICT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소기업 2천500곳 가운데 98.5%는 2024년에 신규 채용이 없었다고 답했다. 1년 전보다 1.0%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게임, 소프트웨어, 전자부품 등 11개 정보통신기술 업종을 상대로 진행됐다. 채용이 얼어붙은 배경에는 단순한 경기 둔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은 실제 경영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필요 인력 확보’(50.2%)를 꼽았고, 판매 부진(35.0%), 금리 변동(23.0%), 신기술·신제품 개발(21.3%), 자금 확보(18.8%)가 뒤를 이었다.
특히 현장에서 가장 구하기 어려운 인력은 실무와 관리 역할을 함께 맡는 중간 관리자층이었다.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직급으로는 과장·팀장급이 89.4%로 가장 높았고, 대리급이 84.9%로 뒤를 이었다. 신입이 어렵다는 응답은 23.8%, 임원급은 1.9%였다. 직종별로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가 89.6%로 가장 높았고, 관리자 69.4%, 서비스 종사자 19.3% 순이었다. 이는 정보통신기술 업종이 단순히 사람 수를 채우는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이해하고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는 숙련 인력을 확보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규 채용이 적은데도 인력난이 심하다는 것은, 필요한 수준의 인재를 제때 구하지 못해 아예 채용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자금 조달 구조를 보면 정보통신기술 중소기업은 정책금융보다 은행권에 더 크게 의존했다. 신규 외부 자금조달 출처는 ‘은행 등 일반금융’이 77.0%로 가장 많았고, 회사채 및 비상장주식이 20.9%, 정부 정책자금·연구개발 분야는 0.8%에 그쳤다. 평균 자금조달 규모는 24억9천800만원이었다.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는 높은 금융비용, 즉 금리 부담이 24.0%로 가장 많았고, 신용대출 부족 16.9%, 과도한 담보 요구와 담보물 저평가 12.1%가 뒤를 이었다. 반면 응답 기업의 98.9%는 정부 정책자금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조달 규모와 한도 부족이 24.9%, 심사 통과 어려움이 17.1%였다. 정책적으로는 기술 혁신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방향이 제시돼 있지만, 실제 기업 체감은 ‘문턱이 높고 규모가 작다’는 쪽에 가까운 셈이다.
기업의 재무 상황은 외형과 내실이 엇갈렸다. 2024년 정보통신기술 중소기업 종사자는 99만9천431명으로 100만명에 바짝 다가섰다. 총자산은 297조원으로 전년보다 34조원 늘었지만, 총자본은 103조원으로 8조원 줄었고 총부채는 195조원으로 43조원 증가했다. 그 결과 자기자본비율은 34.5%로 7.7%포인트 낮아졌고, 부채비율은 190.0%로 53%포인트 높아졌다. 총매출액은 193조원으로 26조원 줄었지만, 총영업이익은 6조7천억원으로 5조7천억원 늘었다. 매출은 줄었는데 이익이 늘어난 것은 비용 조정이나 수익성 중심 경영의 영향으로 볼 여지가 있다. 다만 업력 7년 이내 기업 가운데 손익분기점(수입과 비용이 같아 적자에서 벗어나는 기준)을 넘긴 곳은 6.1%에 불과했고, 평균 소요 기간은 1.8년이었다. 창업 초기 기업 다수가 여전히 불안정한 수익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창업 생태계도 자기자본 의존도가 높았다. 업력 7년 이내 기업에서 현재 대표자가 창업자인 경우는 95.7%였고, 창업 당시 연령대는 40대가 41.8%로 가장 많았다. 학력은 일반대학교 출신이 77.5%였으며, 99.1%가 졸업 후 창업했다. 창업을 결심한 뒤 실제 회사를 세우기까지는 평균 43.5개월, 약 3년 7개월이 걸렸다. 창업 자금은 본인 자금이 80.3%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은행·비은행 대출 14.1%, 개인 간 차용 13.3% 순이었다. 한편 인공지능을 도입한 기업의 92.0%는 연구개발과 혁신 활동에 이를 활용한다고 답했고, 데이터 분석을 위한 기계학습 활용은 51.2%였다. 가장 큰 도입 효과로는 인건비 절감이 77.8%를 차지했다.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인공지능 활용이 비용 절감과 생산성 보완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책금융의 접근성을 높이지 못하면 중소 정보통신기술 기업은 은행 대출 의존을 계속 키울 수밖에 없고, 채용 부진과 숙련 인력 부족이 겹치면서 인공지능 중심의 효율화 전략이 더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