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엑스가 기업공개를 통해 인정받으려는 기업가치를 1조7천800억달러로 높이면서, 자금 조달 규모와 향후 투자 계획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엑스는 3일(현지시간) 수정 신고서를 내고 주당 135달러에 5억5천560만주를 매각해 750억달러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앞서 알려진 1조7천500억달러보다 기업가치를 소폭 상향한 것으로, 그린슈(상장 주관사가 초과 수요에 대응해 추가 물량을 배정하는 옵션)까지 행사되면 전체 조달액은 최대 860억달러로 늘어난다. 단일 기업공개 기준으로도 이례적으로 큰 규모여서, 미국 증시에서 대형 기술·우주 기업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회사가 제시한 자금 사용 계획도 눈길을 끈다. 스페이스엑스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우선 인공지능 인프라 확충에 투입하고, 이후 우주발사체 개발과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망 구축에 순차적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다만 조달 자금 가운데 일부는 상장 후 6개월 안에 200억달러 규모의 브리지론 상환에 써야 한다. 브리지론은 단기적으로 자금을 메우기 위해 쓰는 대출인데, 이번 대출은 지난 3월 스페이스엑스가 넘겨받은 엑스와 엑스에이아이의 부채를 갈아타는 데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새 사업 투자와 기존 차입금 상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인 셈이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기업공개는 머스크가 스페이스엑스 의결권의 82%를 쥔 특수 주식을 바탕으로 경영권을 한층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일부 기관투자자는 이런 구조가 일반 주주의 견제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뉴욕주 공무원 퇴직기금과 캘리포니아주 공무원 퇴직연금인 캘퍼스는 이 같은 지배구조를 두고 우려를 공개적으로 나타냈다.
향후 일정도 빠르게 진행된다. 기업설명회인 로드쇼는 5일 시작되며, 스페이스엑스 주식은 12일 나스닥 시장에 종목코드 ‘SPCX’로 상장될 예정이다. 이번 상장이 예정대로 흥행할 경우 우주산업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대형 성장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다시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대규모 차입금 상환 부담과 창업자 중심의 지배구조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상장 이후 주가 흐름과 기업 가치의 지속성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