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인공지능 인프라 확대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빅테크의 인공지능 투자 경쟁이 이제 현금 보유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이 뚜렷해지고 있다.
아마존은 7일(현지시간) 장단기 8개 만기로 구성된 달러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발행 규모와 금리 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최소 250억달러, 우리 돈 약 38조원 이상을 조달할 것으로 전했다. 가장 만기가 긴 40년물은 미국 국채금리에 약 1.45%포인트를 더한 수준에서 초기 희망 금리가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행을 사실상 아마존의 올해 달러화 자금 조달 마무리 수순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은 공시에서 조달 자금을 부채 상환과 인수, 투자, 자본지출, 일반 운영자금 등에 쓰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의 시선은 인공지능 인프라에 집중돼 있다. 자본지출은 데이터센터, 서버, 네트워크 같은 설비 투자에 들어가는 돈을 뜻하는데, 최근에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구동하기 위한 초대형 컴퓨팅 시설 확충 비용이 급증하면서 이 항목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아마존의 올해 자본지출은 2천억달러, 약 3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며, 상당 부분이 인공지능 관련 기반 시설 구축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발행은 아마존이 지난해부터 이어온 적극적인 차입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아마존은 지난 3월 미국 기업 기준 역대 4위 규모인 370억달러의 달러화 채권과 145억유로의 유로화 채권을 발행했고, 5월에는 스위스프랑, 지난달에는 캐나다달러 표시 채권도 잇달아 내놨다. 여기에 씨티은행 등 은행권에서 175억달러 규모의 대출도 받았다. 통화와 만기를 분산해 자금을 폭넓게 끌어오는 방식은 금리와 시장 여건에 따라 조달 비용을 나누고, 동시에 대규모 투자 일정을 안정적으로 맞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런 흐름은 아마존만의 현상이 아니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투자 경쟁이 격해지면서 다른 거대 기술기업들도 채권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엔비디아와 최근 상장한 스페이스엑스가 각각 250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채권을 발행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아마존의 이번 발행까지 마무리되면 올해 전 세계 인공지능 관련 채권 발행 규모는 3천350억달러, 약 507조원으로 늘어나 지난해의 두 배를 넘게 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 경쟁의 승패가 기술력뿐 아니라 얼마나 싼 비용으로 장기간 자금을 조달해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