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5천억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을 마무리하면서 미래 성장 사업에 투입할 자금을 확보했고, 발행 조건도 회사 측에 유리하게 짜여 재무 운용의 안정성을 높이게 됐다.
현대건설은 7일 5천억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혔다. 전환사채는 투자자가 일정 기간 뒤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을 뜻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쓰인다. 이번 전환사채는 만기 5년 조건이며, 표면금리 0%, 만기금리 0%로 설정됐다. 이는 이자를 따로 지급하지 않는 대신, 향후 주가가 오를 경우 주식 전환을 통해 수익을 기대하는 구조다.
눈에 띄는 부분은 전환 조건이다. 전환가액은 이사회 결의 시점 주가에 15% 할증을 붙인 15만607원으로 정해졌다. 이후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실제 투자자가 체감하는 전환 프리미엄은 더 커졌다고 현대건설은 설명했다. 쉽게 말해, 투자자가 주식으로 바꾸려면 현재보다 더 높은 주가 수준이 필요해진 셈이다. 그럼에도 발행이 성사됐다는 것은 시장이 현대건설의 신용도와 향후 사업성에 일정 수준 이상의 신뢰를 보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다른 특징은 투자자 보호 장치로 자주 붙는 조기상환청구권과 리픽싱 조건이 빠졌다는 점이다. 조기상환청구권은 투자자가 만기 전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고, 리픽싱은 주가가 내려가면 전환가액을 낮춰주는 장치다. 이런 조건이 없으면 투자자에게는 다소 불리할 수 있지만, 기업에는 자금 운용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주가 하락 때 지분 희석 부담도 줄어든다. 현대건설이 비교적 강한 조건으로도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의 조달 경쟁력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건설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기존 대형 원전보다 작고 설치 유연성이 높은 차세대 원자로) 같은 미래 성장 분야에 전략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형석 현대건설 재경본부장은 이번 발행이 미래 성장 전략과 재무 안정성에 대한 시장 신뢰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가 국내 부동산 경기 둔화와 공사비 부담, 해외 수주 경쟁 심화에 대응해 신규 먹거리 확보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이 같은 자금 조달은 단순한 운영자금 확보를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대형 건설사들이 에너지·인프라 중심의 신사업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