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26년 7월 10일 오픈에이아이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 기업의 하드웨어 시장 진출이 정보기술 업계의 새 경쟁 변수로 떠올랐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법적 다툼을 넘어, 오픈에이아이가 인공지능 기술을 앞세워 스마트 기기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려는 움직임과 이에 대한 애플의 방어 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 오픈에이아이가 조니 아이브가 세운 스타트업 아이오(io)를 인수하고 애플 출신 인력 400명 이상을 흡수해 아이폰에 맞설 기기 사업을 준비해왔다고 전했다. 오픈에이아이는 스마트 스피커와 웨어러블(몸에 착용하는 전자기기) 등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한 제품을 먼저 선보인 뒤, 장기적으로는 스마트폰급 핵심 기기로 확장하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공지능이 이제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이용자가 손에 쥐는 기기 자체를 바꾸려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애플 내부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적지 않은 위협으로 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관세 부담과 메모리 수급 문제 같은 기존 경영 현안에 더해, 인공지능이 기기 시장의 질서를 다시 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애플 서비스 부문 책임자인 에디 큐도 인공지능 발전 속도를 거론하며 10년 뒤에는 아이폰이 필요 없어질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지배력이 오랫동안 애플 실적의 중심축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공지능과 하드웨어 설계를 결합한 새 경쟁자가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회사 입장에서는 전략 수정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소송은 이런 위기감이 법적 대응으로 이어진 사례로 풀이된다. 애플은 오픈에이아이의 하드웨어 사업이 불법적으로 취득한 영업비밀에 기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애플이 신사업 자체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선제 조치에 나섰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법원이 가처분에 해당하는 예비적 구제 조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 경우 자료 격리와 증거 보전, 이행 확인 절차가 뒤따르면서 오픈에이아이의 제품 개발 일정이 밀릴 수 있다. 만약 재판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실제 제품 설계에 반영됐다는 점까지 입증되면, 관련 기기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법적 분쟁의 여파는 개발 현장과 인재 확보, 공급망까지 넓게 번질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이미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잔류 보너스를 지급하며 인력 유출을 막아왔고, 일부 조직은 인력 이탈이 커 재편 필요성까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로 오픈에이아이 쪽에서는 애플 출신 인재를 더 뽑는 과정이 한층 까다로워질 수 있다. 지원자와 관리자 모두 과거 업무와 기밀 정보의 경계를 더 민감하게 살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자기기 생산을 맡는 아시아 공급망은 겉으로 보기보다 선택지가 넓지 않아, 애플의 시장 지배력을 의식한 부품업체들이 오픈에이아이와 협력 확대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소송이 오픈에이아이의 계획을 완전히 멈추게 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오픈에이아이는 소송 이후에도 올해 안에 첫 기기를 공개하고 내년에 출시한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니 아이브와 탕 유 탄 최고하드웨어책임자 등 애플 출신 임원들이 가진 공급망과 투자자 네트워크도 일정 부분 완충 장치가 될 수 있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가 7월 11일 엑스에 애플이 두렵지는 않지만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적은 것도 정면 충돌 속에서 자신감을 드러낸 메시지로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인공지능 기업이 기기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애플과 오픈에이아이의 경쟁은 채용, 설계, 공급망 전반에서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