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토큰화 주식의 온체인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한시적 규제 면제 장치를 도입했다. 기존 규제 체계의 불확실성이 미국 내 혁신을 가로막아왔다는 판단에서다.
9월 17일(현지시간)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특정 토큰화 주식의 온체인 거래를 지원하기 위한 임시·조건부 조치인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특정 '토큰화 증권 거래장(Tokenized Securities Venue·TSV)'에서 토큰화된 전국시장시스템(NMS) 주식을 허가형 자동화시장조성자(AMM)와 유동성 풀을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제상 면제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앳킨스 위원장은 SEC가 1년여 전 미국 금융시장의 온체인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프로젝트 크립토'를 시작했으며, 그동안 암호화폐 시장에 적용되는 규제 체계를 정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의회에서 클래리티법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가운데 나왔다. 앳킨스 위원장은 SEC가 법률에 부여된 권한을 활용해 미국 자본시장을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 면제는 크게 두 가지 임시·조건부 규제 면제를 담고 있다. 먼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TSV를 증권거래법상 '거래소(exchange)' 정의에서 제외한다. 또 해당 거래장에서 자체 자본으로 토큰화 주식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특정 업체를 '딜러(dealer)' 정의에서 제외한다.
앳킨스 위원장은 토큰화 증권의 온체인 거래가 투자자와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기존 규제 체계에서는 거래 장소와 유동성 공급자가 어떤 규제 지위를 갖는지 불확실성이 존재해왔다고 설명했다. SEC는 이번 면제가 이러한 규제상 장애물을 완화하면서도 투자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 기준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면제 범위는 제한적이며 유효기간은 공표 후 5년이다. SEC는 이 기간 동안 실제 시장 운영과 거래 데이터를 살펴보고 이를 장기적인 규칙 제정에 활용할 방침이다. 앳킨스 위원장은 현재 기술을 미래의 표준으로 고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발전을 허용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향후 규제 체계에 반영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용 요건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TSV는 미국인이어야 하며 경제·무역 제재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거래 참여자에 대한 접근 기준을 마련해 승인된 참가자만 토큰화 NMS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거래 대상은 실제 주식에 기반한 토큰화 증권으로 제한된다. 토큰 보유자는 동일 종류의 기존 주식과 같은 권리와 특권을 가져야 하며 배당과 의결권도 동일하게 보장돼야 한다. 합성 주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제3자가 발행사와 관계없이 주식을 토큰화한 경우에는 기초 주식 발행사에 사전 통지하고 해당 발행사가 거래에 반대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추가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TSV에서 사용하는 스마트 컨트랙트는 감사가 가능하고 공개돼야 하며 퍼블릭·퍼미션리스 분산원장에 배포돼야 한다. 기초 주식이 주요 거래소에서 거래 정지될 경우 해당 토큰화 주식 거래도 동시에 중단해야 한다. 거래 가능한 종목 수와 거래량에도 제한이 적용된다.
앳킨스 위원장은 이번 조치를 장기 규제 체계로 가기 위한 '다리'로 규정했다. 임시 면제를 통해 온체인 거래가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한 뒤 이를 토대로 지속 가능한 규칙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이번 조치 이후에도 추가적인 규칙 제정이 필요하다며, 투자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온체인 시장이 미국 자본시장 발전의 실질적인 경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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