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보고서는 타이거 리서치가 작성했으며, 블록체인 투명성의 이중적 역할을 분석하며 이러한 양면성이 웹3 환경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심층적으로 살펴봤다.

TL;DR

• 양날의 검: 블록체인 투명성은 부정행위 적발과 권력 재분배를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투명성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공격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 후퇴할 수 없는 가치: 투명성이 내부자 위험과 프로토콜 악용 가능성을 높이지만, 이를 포기하면 웹3의 핵심인 공개 검증과 탈중앙화 신뢰 원칙이 무너진다.

• 진정한 경쟁력: 웹3에서 성공하려면 정보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공개되어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튼튼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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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투명성: 유저들을 위한 모니터링 수단인가, 무기인가

블록체인 투명성은 웹3 산업의 핵심 가치다. 중앙 집중식 데이터베이스처럼 단일 개체가 데이터를 제어하는 방식과 달리, 블록체인은 모든 참가자가 거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투명하고 변경 불가능한 원장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웹3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투명성 덕분에 웹3 유저들은 관심 프로젝트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 창립자, 투자자, 대형 보유자의 지갑 활동 추적이 가능해졌으며, 의심스러운 토큰 움직임도 몇 분 만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웹2 환경에서는 내부자 활동이 일어나더라도 은행 계좌를 통해 진행되어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었다. 반면 웹3의 강력한 투명성은 모든 거래를 즉각적으로 공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전통 금융에서 이같은 정보 공개에 몇 달이 소요되는 현실과 비교하면 웹3의 실시간 투명성은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구조적 모순을 야기하기도 한다. 최근 책임성과 사용자 감독을 위해 도입된 투명성이 점차 프로젝트와 대형 보유자를 공격하는 무기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비윤리적 행동의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공격이 발생하고 있다.

본 보고서는 블록체인 투명성이 가져오는 긍정적, 부정적 효과를 심층 분석하며, 핵심 질문을 던진다: 웹3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절대적 투명성을 계속 추구해야 하는가?

2. 양날의 검이된 투명성

2.1. 긍정적 측면: 내부자 행위 노출과 시장 공정성 회복

Source: Tiger Research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일련의 내부자 모니터링 활동은 팀 지갑, 인플루언서, 초기 투자자들이 토큰 판매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프로젝트들을 발견했다. 이러한 내부자 활동들은 즉각적으로 다행히도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적발되었으며, 커뮤니티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Bubblemaps flagged suspicious clustering of $HAWK tokens. Source: Bubblemaps

예를 들어, HAWK 밈코인의 경우 토큰 공급량의 96% 이상이 프로젝트 팀과 그 관계자들에게 집중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시장 반응은 심각했다. 토큰의 시가총액은 최고 5억 달러에서 6천만 달러 이하로 급격히 하락했으며,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었고 신뢰도가 크게 훼손됐다.

이렇듯 블록체인 투명성은 커뮤니티가 실시간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 인플루언서가 주도하든 익명의 창립자가 주도하든, 투명하게 활동하지 않은 프로젝트 팀들은 법적 요건을 기술적으로 준수했더라도 조작 혐의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거래 데이터가 모든 참가자에게 공개되어 있음에도, 그 의미를 해석하는 일은 여전히 복잡한 과제로 남아있다. 각 트랜잭션의 의도와 맥락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전문 지식이 필요해, 일반인들은 거래 내역은 볼 수 있어도 그 의미를 완전히 해석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고급 온체인 분석 도구의 발전으로 이러한 간극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제 사용자들은 복잡한 거래 흐름에서 실질적인 통찰력을 얻고, 의사결정에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2.2 투명성의 역효과: 프로젝트에 투명성이 공격으로

현재 고도화된 온체인 분석 도구의 등장으로 참여자들은 블록체인 데이터를 더욱 쉽게 접근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가시성 향상은 새로운 위험 요소를 동반하고 있다. 온체인 분석을 통한 모니터링 역량이 확대되면서 투명성 자체가 공격 무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취약한 거버넌스 구조를 가진 프로젝트나 토큰 분배가 소수에게 집중된 프로토콜은 시장 조작과 조직적 공격에 더 쉽게 노출되게 되었다.

The crazy squeeze caused Hyperliquidity Provider (HLP) to lose their money. Source: Lookonchain

2025년 3월 26일, 하이퍼리퀴드는 자사가 추구하는 투명성에 의해 촉발된 새로운 형태의 프로토콜 수준 위험에 직면했다. 아캄의 분석에 따르면 사태는 다음과 같이 전개됐다:

1. 공격자는 하이퍼리퀴드의 공개된 청산 임계값과 HLP 금고 규모를 분석해 정확한 청산 지점을 계산했다.

2. 세 개의 지갑을 사용해 410만 달러 규모의 숏 포지션과 두 개의 롱 포지션(215만 달러, 190만 달러)을 열어 JELLY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

3. JELLY 가격이 상승하면서 숏 포지션이 청산됐고, 손실은 HLP 금고로 전가됐다.

4. OKX 상장 소문과 숏 스퀴즈 기대감에 외부 거래자들이 롱 포지션에 합류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심화됐다.

5. 하이퍼리퀴드는 HLP 손실을 억제하기 위해 JELLY를 강제 상장 폐지하고 모든 미결제 포지션을 0.0095달러에 청산했다.

하이퍼리퀴드의 시스템은 금고 자산, 마진율, 청산 기준점, 미결제 포지션을 모두 공개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이러한 과도한 투명성은 역설적으로 공격자들에게 정교한 공격 기회를 제공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대규모 청산 발생 시 HLP 금고가 손실을 부담하는 메커니즘이 공개됨에 따라, 본 사례에서 투명성은 시장 조작 방지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체계적인 금융 공격을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Hyperliquid’s official statement on the manual delisting of JELLY. Source: @HyperliquidX

하이퍼리퀴드의 투명성 정책은 역설적으로 재정 손실을 초래하고 플랫폼의 거버넌스와 복원력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하이퍼리퀴드 운영팀은 추가적인 시스템 피해를 막기 위해 JELLY 상장을 폐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불가피한 조치였으나 탈중앙화라는 근본 원칙과는 상충되는 행보였다.

이러한 위험 요소는 타 프로젝트에서도 발생 가능한 문제점이다. 기술적으로 견고한 설계를 갖춘 투명한 프로토콜조차 예상치 못한 공격에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다. 적절한 방어 장치와 명확한 위기 대응 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신뢰 구축을 위한 투명성이 오히려 시스템 불안정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관점에서 시스템 가시성은 강점인 동시에 전략적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이 입증됐다.

2.3. 중립적 측면: 판단할 수 없는 방향성

투명성의 결과는 단순히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이분화할 수 없다. 일부 상황에서 투명성은 시장 정화 작용과 개인의 사익 추구 사이에서 경계가 모호한 도구로 작용하는 특성을 보인다.

Public call for a Hyperliquid whale hunt receives high-profile attention. Source: @Cbb0fe

이런 경향은 하이퍼리퀴드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일부 투자자들은 공개된 포지션 정보만을 근거로 대형 트레이더들을 표적으로 삼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CBB라는 트레이더는 특정 '고래' 청산을 위한 집단 행동을 공개 제안했으며, 이미 수십억 원 규모의 자금이 모였다고 공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표적이 된 트레이더가 어떤 규정 위반이나 불법 행위도 하지 않았음에도, 단지 큰 규모의 포지션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공격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웹3에서 볼 수 있는 '다윗 대 골리앗' 심리의 현대판으로 볼 수 있다. 성경 이야기에서 다윗은 정의로운 약자로 묘사되고, 골리앗은 단순히 같은 전투에 참여한 강한 군인임에도 그 힘 자체가 적대적 존재로 인식되는 계기가 되었다. 웹3 생태계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하는데, 대형 홀더들은 그들의 실제 의도나 구체적 행동과 무관하게 단지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상징적 표적이 되곤 한다.

이러한 선의의 투자자들은 단지 눈에 띈다는 이유만으로 평판 손상이나 금전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대중의 표적이 될 가능성 때문에 대규모 자본은 이 시장 진입을 망설이게 되고, 결국 새로운 프로젝트의 성장 기회가 줄어든다. 또한 조직화된 군중 행동은 영향력 있는 특정 그룹에게 권력을 집중시켜, 아이러니하게도 본래 탈중앙화를 지향했던 시스템 내에 새로운 형태의 중앙화를 만들어낸다.

3. 웹3 프로젝트의 투명성: 기회와 위험 분석

웹3 환경에서 투명성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긍정적 측면에서는 커뮤니티가 내부자 거래를 적발하고 집단행동을 통해 시장 권력을 재분배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반면 부정적 측면에서는 프로젝트가 전략적 시장 조작 등 예상치 못한 공격에 취약해진다. 투명성이 본래 신뢰 구축을 위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시스템 불안정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웹3 프로젝트에서 투명성 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투명성은 웹3의 근본 가치로, 공개 검증을 가능케 하고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며, 중앙화된 중개자에서 탈중앙화 시스템으로 신뢰 기반을 이동시킨다. 이러한 핵심 원칙이 무너질 경우, 웹3는 기존 금융 및 기술 구조와의 차별점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투명성에서 후퇴하기보다는 이와 공존하는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프로토콜 설계 단계부터 회복력을 내재화하고, 명확한 위기 관리 체계를 구축하며, 커뮤니티와의 효과적인 소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일부 프로젝트는 DAO 기반 비상 절차를 수립하여 투명하고 커뮤니티가 승인한 체계 내에서 개입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또 다른 프로젝트들은 취약점 악용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인 버그 바운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웹3 생태계에서 투명성은 축소될 수 없는 구조적 필연이다. 프로젝트 운영진은 투명성이 앞으로도 기회와 위험 모두를 증폭시킬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결국 성공적인 프로젝트는 정보를 숨기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도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한 시스템을 구축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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