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가 시장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오르면서,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에너지 가격을 자극한 충격이 기업들의 원가 부담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를 보면,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달보다 1.4% 상승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0.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월간 상승률로는 2022년 3월 1.7% 이후 가장 높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받는 가격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통상 소비자물가에 앞서 움직이는 선행 성격이 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한 상승률도 6.0%로 집계됐다. 이 역시 2022년 12월 6.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까지 둔화 흐름을 보이던 미국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인데, 이번에는 중동 지역의 군사 충돌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원유와 가스 가격이 오르면 운송비와 전력비, 원재료 비용이 함께 뛰기 때문에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의 가격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지표도 예상보다 강했다. 에너지와 식품, 거래 가격처럼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달보다 0.6% 올라 전문가 전망치 0.3%를 웃돌았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4.4%였다. 통상 이 지표가 높게 나오면 일시적인 유가 급등만이 아니라 기업 전반의 가격 결정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넓게 퍼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수치가 미국의 통화정책 전망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생산 단계의 물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 있어서다. 특히 에너지발 물가 충격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금리 인하에 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제유가 추이와 중동 정세 안정 여부에 따라 미국 물가와 금융시장 변동성을 다시 키우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