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2026년 주채무계열로 42개 기업집단을 지정하면서, 차입금이 큰 대기업집단에 대한 재무건전성 점검이 한층 강화됐다.
금감원은 26일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이 2조5천569억원 이상이고 은행권 신용공여 잔액이 1조5천32억원 이상인 42개 계열기업군을 올해 주채무계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주채무계열은 은행이 빌려준 돈의 규모와 전체 차입 부담이 큰 대기업집단을 해마다 따로 관리하는 제도다. 대기업집단의 부실이 금융권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채권은행이 재무구조를 평가하고 필요하면 재무구조 개선 약정까지 맺도록 하는 장치다. 올해 지정된 기업집단 수는 지난해 41개보다 1개 늘었고, 2014년 이후 가장 많다.
이번 명단에는 장금상선·에스케이해운·호반·동국제강이 새로 들어왔고, 유진·이랜드·애경은 제외됐다. 선정 기준은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정해진다. 전년 말 총차입금이 전전년 명목 국내총생산의 0.1% 이상이면서, 전년 말 은행권 신용공여 잔액이 전전년 말 전체 은행권 기업 신용공여 잔액의 0.075% 이상인 계열기업군이 대상이다. 쉽게 말해, 빚 규모가 크고 은행권 익스포저(금융회사가 특정 기업에 빌려주거나 투자해 노출된 위험 규모)도 큰 집단을 추려 집중 관리하는 방식이다.
차입금 규모만 놓고 보면 삼성, 현대자동차, 에스케이, 롯데, 엘지가 상위 5개 계열로 집계됐다. 특히 삼성은 지난해 3위에서 올해 1위로 올라섰다. 삼성이 총차입금 기준 1위를 기록한 것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이후 8년 만이다. 반면 지난해 1위였던 에스케이는 올해 3위로 내려갔다. 2024년 처음 편입된 쿠팡은 지난해 24위에서 올해 20위로 상승했다. 계열사 수는 4월 말 기준 42개 주채무계열 전체가 7천5개사로, 지난해 6천928개사보다 77개사 늘었다. 기업 수가 많은 곳은 한화 977개사, 삼성 751개사, 에스케이 719개사, 현대자동차 525개사, 씨제이 401개사 순이었다.
재무 부담도 전반적으로 커졌다. 올해 주채무계열 42곳의 은행권 신용공여액은 386조9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5조1천억원, 4.1% 증가했다. 총차입금은 743조9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35조1천억원, 5.0% 늘었다. 다만 상위 5대 계열만 놓고 보면 흐름이 조금 다르다. 이들 그룹의 은행권 신용공여액은 162조7천억원으로 전체의 42.1%를 차지했지만, 지난해보다 1조원 줄었다. 총차입금은 395조8천억원으로 전체의 53.2%를 차지했고, 1년 새 3조3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대기업집단 전반의 차입 부담은 커졌지만, 상위 일부 그룹은 은행권 차입 구조를 조정하거나 자금 조달 방식을 다변화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앞으로 각 주채권은행은 이들 42개 계열을 상대로 재무구조평가를 실시하게 된다. 금감원은 단순한 재무제표 수치만 보지 않고 실적 악화 추세, 자금조달 여력처럼 장부에 바로 드러나지 않는 잠재 위험까지 반영해 엄정하게 평가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평가 결과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계열은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 또는 정보제공약정을 맺어야 한다. 이후 은행은 자구계획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이 같은 흐름은 경기 불확실성과 고금리 부담이 이어지는 동안 대기업집단의 차입 구조와 유동성 관리가 금융권의 핵심 점검 대상으로 계속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