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지털 자산 규제 체계의 향방을 가를 CLARITY Act가 상원 은행위원회 문턱을 넘었지만, 최종 입법까지는 여전히 높은 정치적 장벽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멕시벤처스(MEXC Venture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6년 5월 14일 위원회 표결 통과에도 불구하고 전체 상원 60표 확보, 대통령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둘러싼 여야 대립, 상원 농업위원회 법안과의 조율이라는 세 가지 핵심 관문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상임위 통과했지만 본게임은 이제 시작
이번 CLARITY Act는 2025년 7월 하원에서 294대 134라는 초당적 지지를 받으며 통과된 뒤 약 10개월간 상원에 계류돼 왔다. 이후 2026년 5월 14일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15대 9로 가결되며 다시 추진력을 얻었다. 공화당 의원 전원이 찬성했고, 민주당에서는 루벤 갈레고와 앤젤라 올소브룩스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다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전체 상원 표결에서는 100석 중 60표가 필요해, 공화당 의석만으로는 부족하다. 위원회에서 확보한 민주당 2표 외에 최소 5표를 더 끌어와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 암호화폐 규제 논의가 여전히 ‘정책’보다 ‘정치’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멕시벤처스(MEXC Ventures) 리서치에 따르면 법안 자체에 대한 산업계 수요는 분명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단순한 시장 명확화 차원을 넘어 공직자 윤리와 권력 남용 방지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CLARITY Act가 바꾸려는 규제 지형
CLARITY Act의 핵심은 미국 내 디지털 자산의 법적 성격과 감독 주체를 분명히 하는 데 있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다수 토큰의 규제 권한을 각각 주장해 왔고, 이 과정에서 거래소와 프로젝트들이 중첩 규제, 사후 제재, 법원 판결 불확실성에 동시에 노출돼 왔다.
법안이 시행되면 충분히 탈중앙화된 토큰은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돼 CFTC 관할을 받게 된다. 반면 발행 주체의 통제가 남아 있는 자산은 기존처럼 SEC 관할에 남는다. 여기에 더해 미국 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CFTC 등록 절차가 새로 마련되고, 이용자 자산을 직접 보관하지 않는 디파이(DeFi) 개발자와 블록체인 참여자에 대해서는 자금이동서비스사업자 규제를 일부 면제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고객 자산 분리 보관, 자금세탁방지 의무, 자본 요건 강화 같은 소비자 보호 장치도 포함됐다.
이는 앞서 2025년 7월 발효된 스테이블코인 규율 법안인 지니어스 법(GENIUS Act)과 결합될 경우 미국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구조화된 디지털 자산 규제 프레임을 갖추게 될 가능성을 뜻한다. 업계가 CLARITY Act를 단순한 법안이 아니라 ‘제도권 편입의 분기점’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대 쟁점은 ‘대통령 이해충돌’ 조항
현재 상원 본회의 통과의 최대 변수는 대통령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다. 민주당은 재임 중 대통령이 암호화폐 사업을 통해 사적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명시적 제한을 법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커스틴 길리브랜드 의원은 해당 조항이 빠질 경우 민주당이 법안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 역시 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40건이 넘는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백악관은 특정 개인이나 직위를 겨냥한 조항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통령만을 명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턴부터 대통령까지 모든 공직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일반 규범이어야 한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 간극이 단순한 문구 조정 수준을 넘어 민주당 표 계산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암호화폐 규제가 일반 유권자에게 최우선 정치 의제가 아니라는 점도 민주당의 협상 유인을 낮추는 요소로 거론된다.
농업위원회 법안과의 병합도 남아
입법 절차상 또 하나의 난관은 상원 농업위원회가 별도로 통과시킨 디지털 자산 법안과의 조율이다. 두 위원회 법안은 CFTC 집행 권한의 범위, 탈중앙화 거래소 감독 방식, 예측시장 처리 기준 등에서 세부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상원 본회의에 올리기 전 사실상 단일안으로 정리하는 병합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통상 수주 이상 소요될 수 있으며, 정치적 이견이 겹치면 더 길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정 전망도 엇갈린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2026년 6~7월 조기 통과다. 이해충돌 조항 협상이 신속히 타결되고 양 위원회 문안 조정이 5월 내 마무리되면 가능하다는 전제다. 그러나 법률 분석가 다수는 2026년 가을 처리가 보다 현실적인 경로라고 본다. 여름 내 협상이 이어질 경우 상원 표결은 9~10월, 최종 서명은 11~12월로 밀릴 수 있다. 더 비관적인 경우에는 2026년 중간선거 정치 일정과 맞물려 2027년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에는 왜 중요한가
CLARITY Act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같은 주요 디지털 자산 자체의 가격 변수라기보다, 미국 시장 구조 전반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제도 변수에 가깝다. 규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거래소, 수탁업체, 발행사, 디파이 프로젝트 모두 사업 구조를 보다 명확하게 설계할 수 있고 기관 자금의 진입 장벽도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입법이 장기 표류할 경우 SEC와 CFTC의 중첩 감독이 계속되면서 미국 기반 사업자들의 해외 이전 압력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점에서 이번 상임위 통과는 상징성이 크다. 2025년 1월 스팟 비트코인 ETF 승인 이후 미국 암호화폐 규제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제도 진전 중 하나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다만 상징성과 현실은 다르다. 멕시벤처스(MEXC Ventures)는 이번 법안의 본질을 ‘규제 공백 해소 가능성’으로 규정하면서도, 최종 향방은 민주당 추가 지지 확보와 이해충돌 조항 절충 여부에 달려 있다고 봤다. 결국 CLARITY Act는 미국 디지털 자산 산업의 미래를 정리할 법안이 될 수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통과 기대보다 남은 절차의 복잡성을 더 냉정하게 봐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