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내 증시는 전날 기록적인 반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과 미국 기술주 약세가 맞물리면서, 코스피 8,000선 부근에서 상승 탄력이 둔화된 채 큰 변동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전날 코스피는 미국 뉴욕증시 반등의 영향을 받아 612.52포인트, 8.18% 오른 8,096.93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기준 상승 폭으로는 역대 최대였다. 지난 4일부터 이어진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끊어냈고, 이른바 ‘검은 월요일’로 불린 8일의 급락분도 대부분 만회했다. 장 초반에는 매수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프로그램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 즉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다만 시장의 불안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투자심리의 불안 정도를 보여주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9일 91.23으로 마감해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점도 웃돈 수치다.
수급을 보면 전날 급등장은 기관이 사실상 주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2조5천48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6천167억원 순매도, 외국인은 1조9천843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22거래일 연속 순매도 흐름을 이어갔다. 지수 반등 속에서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종목의 회복도 두드러졌다. SK하이닉스는 15.91% 오른 221만5천원, 삼성전자는 8.97% 오른 32만2천원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56.42포인트, 6.19% 오른 967.81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외국인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은 반등의 체력이 아직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간밤 미국 증시는 중동 정세와 인공지능 관련 기술주의 부담이 다시 부각되면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17% 올랐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26%, 나스닥 종합지수는 0.97% 내렸다. 브로드컴, 엔비디아, 애플 등 주요 기술주도 약세를 보였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장중 큰 폭으로 흔들린 뒤 1.93% 하락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크루소 에너지 시스템스가 빅테크 고객사 요청에 따라 개발 활동을 일시 중단했다고 밝힌 점을 인공지능 투자 확산 속도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강경 발언과 미 중부사령부의 자위적 성격 공격 개시 발표까지 겹치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 장 후반에는 미-이란 협상 가능성이 거론되며 낙폭이 다소 줄었지만, 국내 증시에는 부담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투자자들이 당장 주목하는 변수는 미국 물가와 통화정책 경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ETF)는 0.86% 내렸고, 코스피200 야간선물 지수도 4.03% 하락해 국내 증시의 경계 심리를 반영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힘겹게 회복한 8,000선 안팎에서 수급 공방을 벌이며 변동성 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증시의 장중 낙폭 축소, 미-이란 협상 기대, 국제유가 90달러 하회 같은 완화 요인이 있는 반면, 전날 8%대 급등에 따른 단기 차익실현 욕구도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날 밤 발표될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경로 전망을 바꿀 수 있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최근 글로벌 증시 조정의 배경에 금리인상 우려가 있었던 만큼, 물가 지표 결과에 따라 국내 증시도 반등 연장과 재차 흔들림 사이에서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