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가 자사의 최신 인공지능 프레임워크인 '에이전트 제로(Agent Zero)'를 통해 업무 자동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고객 지원 같은 복잡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주도적으로 처리하면서 기업의 워크플로우가 한층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이전트 제로는 기존의 단순 작업 중심 AI를 넘어, 문제 인식부터 해결, 학습, 응답 실행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에이전트 기반 인공지능(agentic AI)* 시스템이다. 사용자의 개입 없이도 과업을 완결할 수 있도록 설계돼, 특히 고객센터처럼 대량의 정보가 오가는 환경에서 효과를 극대화한다. SAP의 서비스관리 솔루션 책임자 하디 쿤(Hardy Kuhn)은 Knowledge25 행사에서 에이전트 제로가 "단순한 챗봇을 넘어, 수십 건의 고객 이메일을 자동 분석하고 응답 문서를 생성해내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적 핵심은 다수의 AI 에이전트가 순차적 역할을 분담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조직화된 처리 방식이다. 예컨대 하나의 프롬프트를 받아 첫 번째 에이전트가 요약·정제하면, 다음 에이전트는 해당 내용을 기반으로 정답을 구성하는 식으로 이어진다. 이는 단일형 AI가 감당하기 어려운 지식 요약, 문서 탐색, 관련 정보 추출 등을 유기적으로 수행하게 한다. 쿤은 이에 대해 “27페이지 문서의 좌하단에서 원하는 문장을 찾아내는 반복적인 노동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전트 기반 AI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의사결정을 가속화하고 전문가 지식을 효과적으로 확장하며 창의성과 전략 역량을 보완하는 등 다양한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한다. 특히 사람보다 먼저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인간 직원이 처리해야 할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고 실질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현재 SAP는 이 AI 기술을 고객 서비스 외에도 광범위한 업무 영역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이미 현장 적용을 위한 실험적 배치를 완료했으며, 향후 더 많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쿤은 “많은 기업이 단순히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제는 *에이전트 중심 구조*로 진화해야 한다”며 “에이전트 제로는 이 전환을 선도할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AP의 이번 행보는 AI가 기업 운영 방식 전반을 어떻게 재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인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