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여러 산업군에서 실시간 대응력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벡터 데이터베이스'가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문맥을 이해하고 의미 기반으로 데이터를 검색하는 이 기술은 단순한 키워드 매칭을 넘어 AI 에이전트가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기억 장치* 역할까지 수행하며, AI의 진화를 이끄는 중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I 보조 시스템과 고객 응대 봇, 복잡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에이전트형 AI 등에 적용되기 시작한 벡터 데이터베이스는, 사용자 질의에 즉각적으로 의미 있는 데이터를 가져오도록 설계됐다. 기존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이 기술이 널리 채택되기 시작했으며, 과거 학술 연구용에 머물던 벡터 기반 유사도 검색 기술은 이제 상업용 AI에서 표준처럼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벡터 데이터베이스 솔루션으로는 파인콘(Pinecone), 위비에이트(Weaviate), 큐드란트(Qdrant), 레디스(Redis) 등이 있으며, 이 기술은 금융, 헬스케어, 전자상거래와 같은 정교한 데이터 요구 산업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실제로 조사업체 SNS 인사이더에 따르면 글로벌 벡터 데이터베이스 시장 규모는 오는 2032년까지 약 106억 달러(약 15조 2,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분야 스타트업 아쿠앤트(Aquant)는 신속한 AI 코파일럿 개발을 위해 파인콘을 도입했고, 문서 분석 기업 도쿠가미(Docugami)는 문서 중심의 분절된 데이터를 구조화해 의미기반 질의를 운용하기 위해 이 기술을 사용 중이다. 구글(GOOGL)의 데이터베이스 담당 부사장 앤디 굿만스는 “과거엔 주목받지 못했던 벡터 기반 검색이 생성형 AI 시대에는 결정적인 기술로 도약했다”고 설명한다.
벡터 데이터베이스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컨텍스트 윈도우’ 한계를 극복하는 데에 있다. AI 모델이 짧은 기억력만으로는 정밀한 응답을 내기 어려운 만큼,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를 따로 불러올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벡터 데이터베이스는 모델의 ‘장기 기억’ 역할을 하며, 문맥에 맞는 정보를 시의적절하게 제공한다.
특히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오디오, 영상까지 인덱싱할 수 있어 멀티모달 AI에도 적용 가능하다. 소셜미디어나 디자인 중심 산업에서는 시각자료를 의미기반 검색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보험이나 헬스케어 산업처럼 도면, 차트, 이미지 문서가 많은 분야에서도 유용하다. 도쿠가미는 10개 이상의 오픈소스 언어모델을 조합해 벡터 기반 지식 그래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복잡한 문서를 처리하고 있다.
금융사 모닝스타(Morningstar)도 위비에이트의 기술을 채택해 자사의 리서치 보고서 및 내부 데이터 기반으로 AI 응답 품질을 개선하고 있다. 해당사 기술책임자는 키워드 검색과 의미 검색을 함께 활용한 하이브리드 검색 방식이 응답의 질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고 평가했다.
향후 벡터 데이터베이스의 적용 범위는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AI 에이전트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협력하는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에 필수 요소로 통합되며, 작업 기억과 이전 수행 내역을 연결해 더 정교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보험사 에이전트가 이전 고객 응대 이력을 벡터 기반으로 검색해 유사 상황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그래프 형태로 업무 계획을 구성하기도 한다.
이 같은 벡터 데이터베이스의 등장은 AI가 단순한 요약, 질의응답 도구를 넘어 실제 비즈니스 및 산업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운영하는 ‘결정 주체’로 진화하는 데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 메타(META) 등의 기업은 이를 모바일, XR, 클라우드 제품군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장하며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있다.
또한 포스트그레SQL, 카산드라 같은 기존 관계형 DB와의 통합, 구글 클라우드, 오라클(ORCL), AWS 등의 협업을 통해 기존 시스템에 벡터 기능을 접목하는 흐름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는 관리 복잡도를 낮추고 데이터의 일관성과 정확성을 확보하려는 수요에 부응하는 전략이다.
생성형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맞물려 벡터 데이터베이스는 이젠 단순한 기술이 아닌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며, 기업의 정보 처리 방식과 경쟁 전략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