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공지능 연구 자회사 딥마인드(DeepMind)가 지구 관측 기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31일(현지시간) 공개된 인공지능 모델 '알파어스 파운데이션즈(AlphaEarth Foundations)'는 매일 수 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위성 데이터를 분석해 지구 표면의 변화 양상을 고정밀도로 지도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구글 어스 AI(Google Earth AI)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된 이 모델은 도시 확장, 삼림 감소, 수자원 고갈, 농작물 건강 등 글로벌 이슈 해결에 필요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정밀하게 뒷받침하게 될 전망이다.
알파어스는 단순한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넘어 지구 전역을 실시간으로 디지털화하는 '가상 위성' 개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레이더와 3D 레이저 스캔, 기후 시뮬레이션, 광학 위성 사진 등 공개된 공공 데이터를 통합한 후, 전 세계 육지와 연안을 10미터 단위 격자로 세분화하고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처리할 수 있는 묘사 정보(embedding)로 변환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연간 1.4조 건 이상의 임베딩 데이터가 생성된다.
고전적 지구관측 데이터는 대용량, 고비용이라는 두 가지 한계를 안고 있었지만, 알파어스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일반 시스템보다 저장 효율은 약 16배 높고, 테스트 결과 경쟁 모델 대비 오차율은 24% 낮은 성능을 기록했다. 실제로 이 모델은 구글 어스 엔진(Google Earth Engine)에서 ‘위성 임베딩 데이터세트’로 배포되며, 이미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하버드 대(하버드 포리스트), 스탠퍼드대 등 여러 기관에서 활용 중이다.
특히 제임스 쿡 대학교 산하 세계 생태계 연구소는 이 데이터를 통해 인간 활동으로 누락되거나 분류되지 않았던 생태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각국 정부가 보전 정책을 집중해야 할 핵심 지역을 파악하는 작업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해안 관목지대, 초건조 사막 등과 같이 이전에 지도화되지 않았던 지역 분류 작업이 한층 세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딥마인드는 이번 모델 출시로 개인 과학자나 중소 연구 기관, 개발도상국 정부 등 자원이 부족한 기관도 고정밀 지구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경 계획 수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성의 직접 운용 없이도 연간 변화 및 지역 간 비교 분석이 가능한 만큼, 지구 전체를 ‘데이터화’한다는 AI 지도의 궁극적 가치가 실현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알파어스 모델의 데이터는 단순히 위치 정보에 그치지 않는다. 농작물 생육 변화를 감지하거나 산림 벌채를 추적하고, 대규모 도시 개발 여부를 판단하는 등 다각적인 환경 모니터링 수단으로 기능한다. 또 향후에는 탄소 배출 추적, 기후 변화 모델링 등에서도 쓰임새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AI가 관측하고 분석한 지구는 이제 과거보다 훨씬 더 정밀하게, 더 넓은 사용자층에 의해 탐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