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국내 헬스케어 산업이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 2030년까지 시장 규모가 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컨설팅 기업 애커튼파트너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약 5천억 원이었던 국내 인공지능 헬스케어 시장은 2030년에는 약 66억7천2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9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 세계적으로도 성장세가 가파르게 나타나,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은 약 27조 원에서 250조 원대로 10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성장은 우리나라의 높은 정보기술 기반과 전자의무기록(EMR) 보급률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미 병·의원의 90% 이상이 EMR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의료 현장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분석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 마련돼 있다. 더불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 기관을 통해 의료 빅데이터에 접근하기 쉬운 점도 관련 산업의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AI 헬스케어 분야 중 가장 규모가 큰 영역은 데이터 분석 및 환자 위험도 평가다. 이어 정밀의학, 의료영상 분석,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병원에서는 AI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진료 중 의사의 발화를 자동 기록하거나 요약하는 시스템이 점차 자리 잡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셀바스AI와 협력해 음성인식 기반 의료 문서 작성 시간을 줄였고, 서울아산병원은 환자와 의료진 간 대화를 자동 기록해 의무기록을 작성하는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AI 기술은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에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실시간 생체 신호를 기반으로 질병 예방과 치료법을 제안하거나, 수술 후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웨어러블 센서와 결합되어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구조로 진화 중이며, 기기 성능 향상에 따라 더욱 정교한 진단과 관리가 가능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AI 헬스케어 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루닛은 AI 기반 암 진단 및 바이오마커 플랫폼을 해외에 수출 중이고, 대웅제약은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설루션을 국내 병원에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자회사 ‘파스타’를 통해 실시간 혈당 모니터링 앱을 개발해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의료 현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 확보, 병원 시스템과의 통합, 의료진이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AI 헬스케어는 앞으로 웨어러블 기기와 결합해, 개인의 일상 속 건강관리와 병원 진료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의료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병상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