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커뮤니케이션(Zoom Communications)이 자사의 연례 행사인 줌토피아(Zoomtopia) 2025에서 핵심 주제를 명확히 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심에 둔 이번 이벤트에서 줌은 자사의 화상회의 플랫폼뿐 아니라 영업, 마케팅, 고객센터 및 의료 현장까지 아우르는 종합 AI 비전을 공개했다. 특히 AI 컴패니언 3.0이 전면에 나섰으며, 개인화된 작업 지원을 넘어 기업 전체의 의사결정을 돕는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중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줌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킴 스토린은 “줌은 사람을 위한 플랫폼”이라며, 창작자부터 교육자, 기업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용층을 대상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구글(GOOGL)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FT) 같은 대형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1인 기업을 겨냥한 접근 전략은 줌의 주요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AI 컴패니언 3.0은 기존 기능을 고도화한 한편, 새로운 ‘기억’, ‘추론’, ‘작업 실행’, ‘오케스트레이션(조율)’ 기능을 추가해 줌의 지능적 대화 기능을 강화했다. 이 AI는 사용자의 역할과 관심사를 바탕으로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업무 의도를 파악해 적절한 도구를 활용해 결과를 도출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줌이 단순한 회의 도구를 넘어 전방위 업무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줌은 앞으로 에이전틱 기능을 다양한 영역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회의 준비 기능(Prepare Me for a Meeting)'은 회의 전 알림을 통해 필요한 자료와 과거 대화 이력을 자동으로 정리해 사용자에게 전달하며, 새로운 음성기반 비서 ‘줌미(Zoomie)’는 회의 중 채팅, 화이트보드 생성, 화면 공유 등 다양한 기능을 음성 명령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한다. 참가자 아바타도 기존의 만화 스타일에서 사실적인 외모로 바뀌면서 전문성을 높였다.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과 마케팅을 위한 혁신도 눈에 띈다. 이제 웨비나 중 참가자가 놓친 내용을 AI가 요점 정리해 제공하며, 새로운 영업 도구 ‘AI 컴패니언 영업 가속기’는 각종 CRM 데이터와 웨비나 반응 정보를 활용해 영업 기회를 자동 분석하고 초기 접촉부터 상담 성사까지 자동화된 흐름을 제공한다.
줌은 또 임상 현장을 위한 워크플로우 최적화에도 주력한다. 병원용 회의 솔루션인 Workplace for Clinicians를 확대해 진료 준비부터 후속 조치까지 통합 지원한다. 특히 진료 중 대화를 실시간으로 청취하고 요약해주는 기능, 전자 차트 자동 문서화, 텔레헬스 통합은 현장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줌 최고경영자(CEO) 에릭 위안(Eric Yuan)은 “우리 고객의 가장 중요한 대화는 줌에서 이뤄진다”며, “이제 이 대화들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비즈니스 결과를 이끌어내는 인사이트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의 핵심 목표를 ‘소음을 걸러내고, 우선순위를 정해 실제 성과로 연결시키는 것’으로 정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줌이 현재의 기능 중심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서 데이터 기반 AI 중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고객 회의, 이메일, 문서 등에서 축적되는 다양한 업무 데이터가 줌 AI의 중요한 학습 자원이 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강력한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된다.
팬데믹 시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줌은 그동안 단순한 영상 플랫폼이라는 시선을 받았지만, 이번 줌토피아 2025를 기점으로 엔터프라이즈 AI 시대의 주도권을 노리는 전략적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드처럼 쌓이는 AI 기능을 사용자 중심 인터페이스와 통합할 수 있는 사용성 우위는 여전히 줌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AI 도입 속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이번 행보가 얼마나 널리 확산될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