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인공지능(AI) 시장의 초점이 단순한 ‘조언형 AI’를 넘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로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범용 AI 성능보다 중요한 요소로 ‘도메인 특화 AI’와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 거버넌스가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미(Boomi LP)의 글로벌 얼라이언스·채널 담당 수석부사장 댄 맥앨리스터(Dan McAllister)는 최근 ‘부미 월드 2026’ 행사에서, 기업 현장에서 AI의 진짜 경쟁력은 단순한 모델 성능이 아니라 산업별 구조화 데이터와 현업 전문성에 기반한 실행력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사·급여·근태 같은 인적자원관리 데이터와 지능형 통합 플랫폼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도메인 특화 AI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짚었다.
맥앨리스터는 AI 확산 속도가 워낙 빠른 탓에 현장에서는 기대보다 불안감이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의 속도가 ‘급진적 변화’를 만들고 있으며,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돕고 있지만, 아직 기업 전반에 걸쳐 폭넓게 채택된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AI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본격적인 자율화 확대에 앞서 기업 신뢰를 쌓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부미·UKG, 9년 협력으로 인사 데이터를 ‘행동 시스템’으로 전환
이번 논의는 부미와 인적자원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UKG의 협력 사례를 중심으로 제시됐다. 두 회사는 9년간 파트너십을 이어오며, 정적인 기록 중심 시스템을 실시간 대응이 가능한 ‘행동 시스템’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UKG의 최고 파트너 책임자 제이 데틀링(Jay Dettling)에 따르면, UKG는 전 세계 150개국 8만 개 이상 조직에 인사, 급여, 인력 운영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회사는 부미 플랫폼을 자사 서비스에 직접 내장해 고객이 복잡한 데이터 연동 과정을 일일이 의식하지 않고도 통합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통합은 특히 유통, 제조, 헬스케어처럼 현장 인력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 중요성이 크다. 해당 업종에서는 일선 노동력이 전체 비용의 30%에서 70%를 차지하며, 급여 오류만으로도 전체 인건비의 2~4%가 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데이터 정확성과 실시간 반응 능력이 수익성과 직결된다는 뜻이다.
데틀링은 근무표 작성 자체는 정적인 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병가, 응급 환자 발생, 돌발 판촉 행사 등 예외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존처럼 기록만 쌓는 시스템이 아니라, 외부 데이터까지 받아들여 즉시 반응하는 ‘행동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핵심은 자율성보다 ‘신뢰’… AI 판단에 사람 검토 단계 둔다
다만 두 회사는 에이전트형 AI 도입이 단번에 이뤄질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기업이 AI에게 완전한 자율권을 바로 부여하기보다, 우선 AI가 제안한 판단을 사람이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성숙도를 높여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도메인 특화 AI의 확산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가 ‘신뢰’이기 때문이다. AI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려면, 어떤 데이터로 학습됐는지 불분명한 모델이 조직 핵심 의사결정을 임의로 내려서는 안 된다. 맥앨리스터는 AI 에이전트의 자율성과 자동화가 유용한 것은 맞지만, 그 모든 작동은 기업이 미리 정한 규칙과 통제 체계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부미의 데이터 활성화 플랫폼은 AI가 더 많은 역할을 맡더라도 거버넌스를 유지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복잡한 기업 환경 안에서 데이터 흐름과 권한, 규칙을 통제해야만 도메인 특화 AI가 실제 업무에 안전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용 AI 다음 단계,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얼마나 실행 가능한가’
이번 사례는 기업용 AI 시장의 경쟁 기준이 빠르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AI가 단순히 답변을 잘 만드는 수준을 넘어, 산업별 맥락을 이해하고 검증된 데이터 위에서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기업 현장에서 도메인 특화 AI의 성패는 기술 자체보다 ‘정확한 데이터’, ‘현업 전문성’, ‘거버넌스’, 그리고 ‘점진적 신뢰 구축’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에이전트형 AI가 본격 확산하더라도, 시장은 당분간 완전 자율화보다 사람의 감독을 전제로 한 ‘통제된 자동화’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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