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가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급증에 힘입어 또 한 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출과 이익 모두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지만, 정작 주가는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시선이 ‘다음 성장’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엔비디아는 21일 1분기 매출이 816억2000만 달러(약 122조 25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수치로, 시장 예상치였던 789억 달러를 크게 웃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 역시 1.87달러로 전망치 1.76달러를 상회했다. 회사는 이어지는 분기 매출도 약 910억 달러로 제시하며 강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 환원 정책도 강화됐다. 엔비디아는 8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가 승인하고, 분기 배당금을 기존 1센트에서 25센트로 대폭 인상했다.
그럼에도 주가는 약 1.5%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실적 자체보다 ‘향후 성장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AI 칩 시장 경쟁이 빠르게 심화되면서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실적 발표 이후 AI 인프라와 연관된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도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코어 사이언티픽(CORZ), 사이퍼 마이닝(CIFR)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상승했고, 아이렌(IREN)은 상승 후 소폭 하락했다. 시장은 채굴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AI 연산 인프라 수요 증가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AI 공장 구축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프라 확장 중 하나로,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에이전틱 AI는 이미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며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가 이끄는 성장 축
이번 실적에서도 핵심은 ‘데이터센터’ 사업이었다. 클라우드 기업과 정부,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엔비디아 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매출은 약 750억 달러 수준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약 380억 달러는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기업)에서 발생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12% 증가한 수치다.
나머지 370억 달러는 AI 클라우드, 산업용 고객, 기업 시장을 포함하는 ‘ACIE’ 부문에서 나왔다. 특히 AI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10메가와트 이상 규모 데이터센터 80곳 이상에 AI 인프라가 구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렛 크레스 CFO는 AI 인프라 지출이 계속 가속화되고 있으며, 엔비디아 컴퓨팅 시스템에 대한 수요 역시 여전히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CPU 매출만 약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번 가이던스에는 중국 매출이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고성능 AI 칩 판매가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실적을 통해 AI 투자 열기의 지속 여부를 가늠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지만, 수요 자체는 여전히 기대치를 웃도는 흐름이다.
결국 이번 실적은 ‘현재의 압도적 성장’과 ‘미래 경쟁 심화’라는 두 가지 신호를 동시에 던졌다.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확장은 계속되겠지만, 시장은 이제 그 다음 단계의 성장 동력을 냉정하게 따져보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