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연구자들은 ‘대규모 일자리 대체’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반복 작업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보다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13일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최근 AI 로봇 기업 피겨(Figure)가 로봇 여러 대를 활용해 9일 연속 택배 분류 작업을 시연하면서, 로봇이 얼마나 빨리 산업 현장을 바꿀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커졌다. 하지만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로보틱스 부교수 올리버 옵스트는 “대규모 대체보다는 일부 업무의 ‘선별적 자동화’에 더 가깝다”고 진단했다.
그는 물리적 작업 중에서도 구조화된 환경에서 반복되는 일은 비교적 대체 가능성이 높지만, 행정이나 문서 처리 같은 정보 업무는 이미 AI 소프트웨어가 더 빠르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신뢰성, 속도, 안전성, 비용, 돌발 상황 대응 등에서 아직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피겨의 시연에서는 인간 작업자가 로봇보다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하기도 했다. 로봇은 충전이 필요해 교체가 이뤄졌고, 이 장면은 로봇이 효율 면에서 아직 인간을 압도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피겨의 브렛 애덕 최고경영자는 “다음에는 인간이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현장 적용 속도는 기대보다 느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미 자동화 확산 조짐이 뚜렷하다. 올해 5월 인력 컨설팅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는 미국 기업들이 AI 영향으로 2026년 들어 약 4만9135명을 감원했다고 집계했다. 국제로봇연맹도 지난해 전 세계 공장용 로봇 수요가 지난 10년간 두 배로 늘었고, 창고와 물류 분야가 특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XYO 공동창업자 마르쿠스 레빈은 AI 모델과 자동화 소프트웨어가 반복 업무에서는 인간보다 훨씬 일관되고 오래 버틴다면서도, 로봇은 여전히 충전과 유지보수,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광범위한 인간 대체는 아직 수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안전, 규제, 인프라 비용, 신뢰가 대형 장벽으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뉴사우스웨일스대의 프란시스코 크루즈 나란호 박사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공장처럼 통제가 쉬운 환경에서는 로봇 효율이 높지만, 변화가 잦은 환경에서는 적응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정이나 불규칙한 현장처럼 변수 많은 공간에서는 인간이 여전히 더 유리하다고 봤다.
다만 로봇 확산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위험한 작업을 줄여 안전성을 높이고, 인력이 부족한 산업의 공백을 메우며, 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노동과 임금에 기반한 기존 경제 구조는 장기적으로 재설계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결국 핵심이 ‘로봇이 일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맡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AI 로봇이 산업 현장에 더 깊이 들어오고 있지만, 당분간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일부 업무부터 잠식하는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