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4개국 기업 고위 임원 10명 중 9명 이상은 지난 3년간 인공지능(AI)이 자사 고용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노동생산성에도 영향이 없었다는 응답은 89%였다.
미국 국가경제연구국(NBER)은 미국, 영국, 독일, 호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경영자(CEO), 임원 등 약 6000명을 조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90% 이상은 AI가 지난 3년간 자사 고용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답했고, 89%는 노동생산성에도 영향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AI 투자가 기업 현장에서 곧바로 인력 감축이나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통념과 거리가 있다. 조사 대상 기업의 69%는 AI를 실제 업무에 사용하고 있었다.
고위 임원 3분의 2 이상도 AI를 정기적으로 쓴다고 답했다. 다만 평균 사용 시간은 주당 1.5시간에 그쳤고, 일부 임원은 AI를 전혀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생산성 효과를 체감한 기업도 있었지만 전체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보고서는 AI가 지난 3년간 기업의 고용과 생산성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노동생산성은 직원 1인당 매출 물량을 기준으로 측정했다. AI 도입 여부만으로 고용과 산출의 변화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다만 기업 경영진은 앞으로의 영향은 더 클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에서 임원들은 향후 3년간 AI가 자사 생산성을 평균 1.4% 높이고, 산출을 0.8% 늘리며, 고용은 0.7%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이 전망을 이미 확인된 결과가 아니라 응답자들의 예상치로 구분했다. 제목이나 리드에서 생산성 개선과 고용 감소를 확정적으로 읽히게 해서는 안 되는 대목이다.
직원들의 시각은 달랐다. 같은 보고서에서 직원들은 향후 3년간 AI가 자사 고용을 0.5% 늘릴 것으로 봤다.
임원은 고용 감소를, 직원은 고용 증가를 예상한 셈이다. AI 도입을 둘러싼 기업 내부의 기대 차이가 수치로 드러났다.
마크 마(Mark Ma) 피츠버그대 경영대학 교수는 더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AI 투자와 인력 감축을 함께 추진하는 기업 전략이 직원 정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원 만족도 리뷰와 기업 실적 자료, AI 투자 및 감원 발표를 분석한 연구를 근거로, 직원의 반AI 정서가 생산성을 낮추고 AI가 만들 수 있는 효율 개선을 상쇄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 기업에도 시사점은 작지 않다. 국내에서도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AI 에이전트, 소버린 AI 도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본지는 앞서 국산 NPU 기반 AI 풀스택 협력이 기업의 추론 비용과 보안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AI 인프라 확충만으로 고용과 생산성 효과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AI 도입 효과는 기술 자체보다 실제 업무 적용 범위, 임직원 사용 시간, 교육 체계, 조직 신뢰와 함께 봐야 한다. NBER 조사에서 확인된 것은 AI 사용 기업이 이미 많아졌다는 사실과, 그 효과가 아직 대다수 기업의 고용·생산성 지표에 뚜렷하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