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25% 반도체 관세의 적용 범위를 데이터센터 서버와 노트북, 게임기 등 완제품으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미국 AI 인프라 비용 논쟁이 다시 커지고 있다.
로이터는 2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에 대한 새 관세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투자와 관세 완화 조건을 연동하는 구조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공식 발표 전 관세 관련 보도는 근거 없는 추측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논의는 2026년 1월 14일 백악관이 공개한 반도체 조치의 후속 국면이다. 백악관은 당시 일부 첨단 컴퓨팅 칩과 파생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미국 데이터센터용 수입품과 연구개발, 스타트업, 공공부문에는 예외를 뒀다. 같은 조치는 2026년 7월 1일까지 미국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시장 상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핵심은 데이터센터 예외가 유지되느냐다. AI 학습과 추론에 쓰이는 서버는 고성능 반도체와 메모리, 저장장치, 네트워크 장비를 대량으로 쓴다. 관세 범위가 서버와 관련 장비로 번지면 클라우드 사업자와 AI 기업의 설비 투자 비용이 먼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도체 파생제품은 통상 반도체가 핵심 부품으로 들어간 장비와 완제품을 가리킨다. 데이터센터 서버는 칩 가격만으로 비용이 정해지지 않고 메모리, 저장장치, 전력 장비, 네트워크 장비가 함께 묶여 움직인다. 관세가 완제품까지 넓어질 경우 단일 부품 가격보다 전체 구축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2026년 6월 11일 보고서에서 25% 반도체 관세가 데이터센터에 적용될 경우 건설비에 15.6%의 세금이 붙는 효과가 난다고 추산했다. 협회는 2026~2030년 계획된 미국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약 20%가 지연, 취소 또는 해외 이전될 수 있고 연간 GDP 손실은 900억 달러(약 124조2000억원), 위협받는 일자리는 24만3000개라고 밝혔다.
CCIA의 추산은 업계 단체가 제시한 조건부 시뮬레이션이다. 다만 데이터센터 투자가 전력, 토지, 건설, 서버 조달을 한꺼번에 묶어 진행되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관세 부담이 특정 기업 한 곳에 머물기 어렵다는 문제를 보여준다. 비용 전가가 현실화되면 클라우드 고객과 AI 서비스 기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CCIA 등 업계 단체는 관세의 시행 시점과 단기 비용 부담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당장 칩과 서버를 필요로 하지만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은 단기간에 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CCIA는 국내 공급망이 2030년까지 필요한 규모로 형성되기 전에는 관세가 AI 인프라 구축 비용을 먼저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5월 세마포 보도에서 반도체 관세는 중요하지만 올바른 시점과 규모가 더 중요하다며 즉각적인 새 관세는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관세 자체를 배제한 것이 아니라 시행 시기와 범위를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백악관은 AI 전략 페이지에서 국내 공급망과 첨단 제조업 강화를 미국 AI 우위의 축으로 제시했다. 관세 논의도 이 정책 조합 안에 있다. 반도체 생산을 미국으로 끌어오려는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AI 데이터센터 비용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행정부와 업계의 계산이 맞서고 있다.
로비전도 확대되고 있다. E&E 뉴스는 전기협동조합, 유틸리티, 빅테크, 부동산 개발사 등 20곳이 넘는 기업과 단체가 데이터센터 정책을 상대로 로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데이터센터 이슈가 반도체 관세를 넘어 전력망, 부지, 인허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공급망에서는 가격 전가 움직임도 거론된다.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Micron)이 일부 제품에 관세 관련 추가 요금을 부과하겠다고 고객에게 알렸다고 보도했다. 서버용 부품 가격이 오르면 데이터센터 구축비와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에도 압력이 생길 수 있다.
한국 기업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 부품 수요, 미국향 공급망 비용이 연결 지점이다. AI 서버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메모리와 저장장치, 네트워크 부품을 함께 필요로 한다. 관세 대상과 예외 범위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한국 반도체와 부품 공급망의 가격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본지는 앞서 미국 정부가 반도체 관세 대상을 게임 콘솔과 노트북, 데이터센터 서버 등 완제품으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논의는 콘솔과 노트북 가격 문제를 넘어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 비용으로 쟁점이 확장되는 흐름이다.
또 미중 회동에서 비트코인 채굴장비 공급망이 함께 거론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AI 서버, 데이터센터, 대중 기술 경쟁이 같은 정책 테이블에 놓이면서 하드웨어 공급망 전반이 관세 논의의 영향을 받는 구조다.
새 관세안의 적용 품목과 예외 범위, 시행 시점은 공식 발표 전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데이터센터 예외 유지 여부가 미국 AI 인프라 비용과 한국 반도체 공급망에 미칠 영향은 관세안의 최종 문안이 나온 뒤 가려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