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OpenAI)와 앤스로픽(Anthropic), 구글(Google), 세일즈포스($CRM) 등 실리콘밸리 주요 기술기업 건물에서 근무하는 보안요원들이 파업권을 확보했다. 서비스노동조합 SEIU 산하 SEIU-USWW(SEIU-United Service Workers West)는 소속 보안요원들이 이번 주 파업 승인 투표를 가결했다고 밝혔다. 협상이 계속 교착 상태에 빠지면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파업 승인 투표는 조합원들이 노조 지도부에 파업을 선언할 권한을 위임하는 절차다. 투표가 가결됐다고 곧바로 파업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며, 사측과의 교섭이 계속 결렬될 경우 노조가 이 권한을 실제로 행사해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들 보안요원은 얼라이드 유니버설(Allied Universal), 시큐리타스(Securitas) 등 대형 보안 용역업체 소속으로 기술기업 건물에 파견돼 근무한다. 정규직이 아닌 외주 인력이어서 임금과 복지 수준을 기술기업이 아닌 용역업체와 별도로 교섭해야 하는 구조다.
노조는 최저 시급을 22달러(약 2만9,900원)에서 30달러(약 4만800원)로 올리고 복지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협상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SEIU-USWW는 얼라이드 유니버설과 19차례 협상을 거쳤지만, 회사 측이 제시한 안은 2027년 시급 25센트(약 340원) 인상이 전부였고 이후 3년간은 추가 인상안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후에르타(David Huerta) SEIU-USWW 위원장은 이 제안을 두고 "부끄럽고 잘못됐으며 노동자를 대단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협상 테이블에 오른 인상 폭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에서 노조의 불만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노조원들은 현지시간 수요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임금 협상 정체에 항의하는 시위를 열었다.
보안요원의 중요성은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커졌다. 반(反)AI 정서가 확산하면서 일부 기술기업 직원과 경영진이 위협을 받거나 폭력 사건에 노출되는 사례가 나왔고, 이는 AI 기업들의 사업장 보안 강화로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팔란티어($PLTR), 오라클($ORCL), 세일즈포스가 2025년 보안 지출을 큰 폭으로 늘렸다고 분석했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오픈AI와 앤스로픽 직원을 겨냥한 위협 신고를 접수한 적이 있으며, 일부 기술기업은 무장 보안요원까지 배치하기 시작했다.
앤스로픽은 지난주 노조 소속 보안요원의 파업 가능성을 예상해 일부 직원에게 재택근무 전환을 요청했다. 보안 서비스가 AI 기업의 일상 운영에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후에르타 위원장은 "앤스로픽은 보안요원의 중요성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이들과 협상하는 보안업체는 같은 인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AI 기업과 용역업체 사이에 이해관계 온도차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에서 협상력을 행사하는 외주 인력이 보안요원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청소 인력과 식당 서비스 직원들도 최근 몇 년간 인력 감축이나 임금 협상 결렬을 이유로 파업에 나선 사례가 있었다.
후에르타 위원장은 앞서 보안요원이 베이 지역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다면 "누가 이 기술기업 직원들을 지켜줄 것인가"라고 반문한 바 있다. 생활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 폭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다.
노조와 얼라이드 유니버설의 교섭은 아직 타결되지 않은 상태다. 파업 승인권을 확보한 노조가 이를 실제로 행사할지는 이후 협상 진전 여부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