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구조 전환펀드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기술과 숙련 인력을 보전하는 장기 정책금융 모델로 제시됐다. 핵심은 AI와 첨단기술을 사업에 접목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장기자본을 공급하는 데 있다.
이용우 AI 전환형 금융증시 경제제도 개선추진단장은 9일 “구조 전환펀드는 사라질 위기에 있는 중소·중견기업,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과 노하우를 살리기 위한 생산적 금융”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10대 혁신 특별기구 가운데 경제·금융 분야를 맡은 추진단에서 관련 구상이 논의되고 있다.
펀드가 겨냥하는 대상은 전통 제조업이다. 창업주의 승계 기피와 50~60대 숙련 생산 인력의 은퇴, 청년 인력 부족이 겹치면서 현장 기술과 노하우가 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친환경·자동화 전환으로 일부 소부장 부품 수요가 줄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AI 활용 격차가 커지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하청 구조의 아래에 있는 기업일수록 자금 조달력과 디지털 전환 역량이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구조 전환펀드는 기업이 AI와 첨단기술을 접목해 사업 모델을 바꿀 때까지 장기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구상됐다. 연구개발과 설비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숙련 기술 인력에게 AI·디지털 교육을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학교 간 협업을 통해 현장 경험과 이론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지방 소부장 기업을 글로벌 공급망의 파트너로 남겨 중소기업뿐 아니라 지역경제와 일자리까지 지키겠다는 취지다.
다만 자금이 자체 생존이 어려운 한계기업의 연명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은 주요 위험 요인이다. 서류상 계획만 그럴듯한 ‘무늬만 AI 기업’과 실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가려내는 심사 체계가 필요하다.
지원금이 연구개발이나 설비 전환이 아닌 대출 돌려막기와 대주주의 사적 이익에 쓰이는 도덕적 해이도 차단해야 한다. 자금 지원이 기업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관리 체계가 핵심이라는 의미다.
이를 위해 자금을 단계적으로 집행하고 기술·현장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술 실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문제가 발견된 기업에는 투자를 중단하고 자금을 회수하는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대주주가 일정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도록 해 책임 경영을 유도하고, 자본 투입의 효율성을 정기적으로 공시·보고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펀드의 성패가 자금 규모보다 기업 선별과 관리·회수 체계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구조 전환에 성공한 기업이 원청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나 기술 탈취로 다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았다. 자금 지원만으로는 제조업 생태계의 취약한 거래 구조를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피지컬 AI를 제조 현장에 적용하려는 정책은 이미 진행 중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생태계와 피지컬 AI 실증에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피지컬 AI는 AI가 현실의 장비와 공간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이다. 구조 전환펀드는 이 같은 기술을 대기업 중심의 인프라 사업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생산 현장으로 확산하는 금융 수단으로 구상됐다.
중소·중견기업이 기술을 보유하고도 승계와 인력 부족, 수요 변화 때문에 시장에서 이탈하면 공급망의 공백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성장 가능성이 낮은 기업에 자금이 반복 투입되면 정책금융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어 선별과 회수 기준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AI 구조 전환펀드의 구체적인 규모와 운용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향후 추진단이 지원 대상과 심사 기준, 자금 집행·회수 절차를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할지가 정책의 실행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