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의 역할을 개별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에서 미래 성장산업과 산업생태계 전체를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넓혀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5일 발간한 금융브리프에서 정책금융이 과거의 보편적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저성장과 산업 경쟁 심화에 대응하는 전략적·선별적 지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브리프는 정책금융의 지원 범위를 산업생태계로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책금융은 자금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으로 자금이 필요한 곳에 충분한 자금이 공급되지 않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발전했다. 그동안 중소기업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자금 조달 애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정책금융의 산업정책적 역할이 커졌다. 일부 주력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요구가 동시에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여러 업종에 자금을 나눠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금융이 감당하기 어려운 분야를 중심으로 전략적·선별적·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원 대상 산업을 선정할 때는 미래 성장 가능성뿐 아니라 고용 창출 효과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원 단위도 개별 기업에서 산업생태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기업의 자금 부족을 메우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산업의 공급망과 기반시설, 관련 기업 간 연결 구조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인프라는 산업생태계 중심 지원의 사례로 제시됐다. AI 관련 산업은 여러 공정과 분야가 연결돼 움직이는 만큼 특정 기업에만 자금을 공급하면 산업 내 병목이 해소되지 않을 수 있어, 인프라 전반에서 국내 생태계를 확보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정책금융의 역할 확대가 민간금융의 역할 축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금융은 시장이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분야의 위험을 보완하고, 민간금융은 사업성과와 수익성을 바탕으로 자금을 배분하는 역할 분담이 요구된다.
다만 지원 범위가 넓어질수록 대상 선정과 자금 회수 기준도 분명해야 한다. 정책금융이 산업 육성 수단으로 기능하려면 지원 분야의 선정 근거와 성과 점검 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